"'4·3' 참극의 소용돌이에…" 희생자 추정 유해 4구 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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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오름 사이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가니 넓은 들판이 나왔다.
얼마 전 이곳에선 4·3 희생자 추정 유해가 발굴됐다.
김창범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장은 제문을 통해 "4·3이란 참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영령님들이 구천을 헤맨 지 어언 일흔 여섯해 동안 불초의 후손들은 유해조차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며 "이제 엄숙히 유해 운구에 임해 정성으로 수습해 모시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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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31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오름 사이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가니 넓은 들판이 나왔다. 이곳부턴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억새밭과 대나무숲을 지나자 철조망이 나왔다. 철조망 뒤부턴 가파른 산길이었다. 곳곳에 튀어나온 나뭇가지와 풀들로 덮어진 길은 한참이나 사람 발길이 끊어졌던 시간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곳은 '공초왓'(곰취밭이라는 의미의 제주어)이라고 불렸던 곳으로서 4·3 당시 애월읍·한림읍 주민들의 피난처였던 한대오름 서쪽에 위치해 있다. 얼마 전 이곳에선 4·3 희생자 추정 유해가 발굴됐다.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은 공초왓 지경 토지소유자가 경지 정리를 하며 무연분묘를 이장한 무덤 5곳에서 나왔다. 깊이 30㎝를 굴착해 찾은 유해들은 4·3 당시 성인 남성 키 정도인 약 157㎝ 내외로 추정됐다.
이들 유해 4구는 좌우를 맞춰 가지런히 명주 천으로 감싸져 있었으며, 정성스레 매듭까지 메진 상태였다고 한다. 다만 무덤 1곳은 명주 천 안에 흙만 남아있어 유해가 최초로 묻혔던 장소에서 흙을 수습해 매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장 추정지에선 탄피, 탄두 등도 수습됐다.
이날 현장에선 운구 제례가 거행됐다. 제주 4·3 희생자유족회 관계자들이 망자의 후손을 대신해 예를 갖추고 제를 지냈다.
김창범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장은 제문을 통해 "4·3이란 참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영령님들이 구천을 헤맨 지 어언 일흔 여섯해 동안 불초의 후손들은 유해조차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며 "이제 엄숙히 유해 운구에 임해 정성으로 수습해 모시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4·3의 역사적 진실의 횃불이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온 세상에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전력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운구된 유해들은 유전자 감식 등을 거쳐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유해 발굴은 올해 제주도와 제주 4·3 평화재단이 추진 중인 '4·3 희생자 유해 발굴 및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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