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 SNS가 공식 입장? "'불통 모드' 언제까지" 속 타는 환자들

박정렬 기자 2024. 10. 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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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의료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들의 '불통 행보'에 환자는 물론 의사 사이에서도 비난이 쇄도한다. 전공의 단체는 8개월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뚜렷한 입장이나 협상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만 하고 있다. 전공의 대표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방 소통'에 나설 뿐 회원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듣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대표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월 20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담은 성명서를 낸 후 같은 날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을 위원장으로,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 등 12개 병원 전공의가 위원으로 선정됐다.

비대위 구성을 기점으로 각 병원의 전공의들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대전협의 활동도 사실상 '올스톱'됐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같은 달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 바, 이후에는 대전협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며 "추후 보궐 선거 및 운영 방식은 회칙에 의거해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협회 정상화를 위한 총회도, 선거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의정갈등에 대한 대전협의 공시적인 입장 표명도 지난 2월 '7대 요구안'을 제시한 이후 전무하다. 박단 비대위원장이 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전공의 입장'으로 비치는 형편이다. 개인의 의견인지, 전공의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강동성심병원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박 위원장의 SNS에 댓글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대전협으로부터 어떤 안내나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소통 부재를 지적한 바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가 건물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 시 행정처분을 불사한다는 정부에 맞서 집행부를 해체하고 '자발적인 사직'을 강조하며 사실상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공식적인 대표와 조직을 부정함으로써 법적 제재 위험을 피하려 한 것이다. 문제는 집행부의 전원 사퇴 후 현재 비대위가 정부와 협상에 나서기도, 입장을 표명하기에도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박 위원장을 포함해 고작 13명의 전공의가 1만 3500여명의 전공의를 대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직한 전공의가 전공의 대표로 나서는 데 대한 이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을 포함해 비대위원들이 언론과 접촉을 피하거나 선택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대표성을 둘러싼 회원들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실제 박 위원장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질 때 비대위만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는 이유로 탄핵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부와의 협상력, 회원에 대한 영향력 모두 모호한 상황에 전공의가 스스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복귀 전공의가 선거를 통해 직접 자신들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 및 의대생의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지금은 아무리 대표라도 어떤 절차를 거쳐 전공의를 대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 여야의정협의체 등에서 협상을 타결해도 나중에 다른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며 "아직 전공의와 대화 한 번 못했다. 흩어져있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의 입장을 듣고, 한데 모여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박 위원장이 전공의 대표를 자처하면서 한동훈 당 대표 등 정치인과 각 지역 전공의 대표를 만나고 있지만 몇 사람만 만난다고 대표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사직 전공의도 절반이나 되는 데 이들의 의견도 듣고 있는지, 회식 등 운영비용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모든 게 의문 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번복하면서 강경파가 득세했고 블랙리스트가 등장해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들을 옭아매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에 전공의가 참여해도 반복적으로 전제조건을 내걸다 결국 의대 증원 백지화를 관철하려 할 것"이라며 "이제는 '그들만의 투쟁'에 나서는 전공의는 정부가 선을 긋고, 대화 상대를 신중히 골라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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