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새’의 고별 인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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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올림픽이 한창이던 1976년 7월23일 여자 배구 예선에서 한국과 동독이 맞붙었다.
동서 냉전이 극심했던 그 시절 한국, 미국 등 자유 진영이 소련(현 러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보이콧하기로 하면서 우리 여자 배구팀의 모스크바 대회 출전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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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의 조혜정을 보고 어느 외국 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나는 작은 새’(Flying Little Bird)라고 부른 것이 그대로 그의 애칭이 됐다. 한국 배구의 전설이라 할 그 조혜정이 췌장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가 30일 7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생전에 남긴 유언 편지에서 고인은 “이제 난 너(배구)와 더 이상 친구를 할 수 없게 됐단다”라는 말로 거의 평생을 함께한 배구에 작별을 고했다. “고통을 참으면서 이 편지를 쓴단다. … 170㎝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로 배구도 했는데 이것(췌장암) 하나 못 이기겠어라며 호기롭게 맞서 싸웠지만, 세상에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불과 며칠 전이야. … 배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올림픽 배구 동메달로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선사한 고인에게 되레 우리가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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