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무죄…법원 “유족에 작은 위로 되길”

장현은 기자 2024. 10. 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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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흘렀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이 판결이 유족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남성민)는 31일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 진두현·박석주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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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혁당 재건위 사건\' 고 진두현씨 등 재판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선고 이후 진씨의 가족과 관계자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반세기가 흘렀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이 판결이 유족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남성민)는 31일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 진두현·박석주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체포와 가혹 행위를 겪은 뒤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지 49년 만이다. 이날 법정엔 선고를 듣기 위해 일본에서 휠체어를 타고 입국한 진씨의 아내 박아무개(92)씨와 박씨의 아들 박정민(49)씨가 참석했다.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1970년대 대표적 공안 사건 중 하나인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일반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 보안사(현 국군방첩사령부)가 1974년 재일동포 진씨와 국내 방위산업체 직원 박씨 등을 일본 거점 간첩단으로 몰아간 사건이다. 이들은 북한 지령을 받고 통일혁명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진씨와 박씨는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진씨는 16년 옥살이를 하다 특별사면돼 1990년 출소했고, 박씨는 복역 중인 1984년에 숨졌다. 진씨는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2017년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7월에야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검찰은 재심에서 불법 구금과 수사 중 가혹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법정 진술을 토대로 유죄를 주장했다. 지난 7월 재심 결심 공판에선 “법정에서 했던 자백 진술의 임의성은 인정해야 한다”며 진씨에게 징역 20년, 박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며 유죄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법정 진술 역시 자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자백 진술은 보안사에 의해 불법 체포·구금돼서 가혹 행위를 당한 경우로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그런 진술은) 보안사 수사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재판에서도 계속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 고 진두현씨 등 재판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선고 이후 진씨의 가족과 관계자들이 법원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날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진씨의 부인 박씨는 검찰에 상고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는 그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아왔고, 오랫동안 기다렸다”며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 이 나이에 더는 괴로움을 당하지 않도록 (상고하지 않고) 이것으로 끝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심 기간 내내 공판에 참석했던 박석주씨 아들 박정민씨는 한겨레에 “아버지는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던 1974년에 잡혀가셔서 1984년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이 사건으로 나는 아버지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재판부가 전한 위로의 말이 감사하지만,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충분하지 않다. 더 이상은 (국가가)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불법 수사 이후 법정 진술에서의 임의성은 다른 과거사 사건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검찰은 반인권적인 주장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며 “당시 이 사건으로 민간인 15명, 군인 신분 2명 등이 기소됐다.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도 검찰이 직권 재심 청구를 통해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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