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3분기 부진’···메모리는 그나마 선방, HBM 슬슬 시동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올해 3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신사업인 비메모리 사업에서의 손실이 누적된 데다 각종 일회성 비용까지 겹친 결과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를 줄이고, 회사의 본업인 메모리 사업,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용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중심축을 옮기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은 29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이다. 매출은 직전 2분기 대비 2.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0%가량 내려앉았다.
당초 DS 부문은 3분기 5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됐으나,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는 눈높이를 4조원대로 낮췄다. 이마저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7조300억원)의 55% 수준이다. 이로써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SK하이닉스에게 연간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일회성 비용과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영향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일회성 비용은 약 1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제외하면 DS 부문의 실제 이익은 5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적자가 신사업 분야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LSI(설계)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 나왔다. 해당 사업부 적자는 1조원 중후반대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수율(정상품 비율) 악화와 고객사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사업은 7조원 가까운 이익을 내며 그나마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AI 및 서버용 수요로 전 분기 대비 HBM, DDR(더블데이터레이트·D램의 종류)5,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은 최근 몇 년간 SK하이닉스의 독무대였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기업들은 AI 연산용 칩의 데이터 처리를 보조하는 용도로 HBM을 가져다 쓴다. 삼성전자 실적이 뒤처진 원인도 HBM 공급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었던 탓이 크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부터 5세대 제품 HBM3E 양산을 시작해 AMD 등에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세대 HBM4 생산은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와도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HBM3E의 엔비디아 납품도 연말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주요 고객(엔비디아) 품질 테스트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DS 부문의 올해 시설투자액은 4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의 48조4000억원보다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파운드리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올해 캐펙스(CAPEX·시설투자) 규모는 감소할 전망이며,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요가 시들한 모바일·PC용 레거시(범용) 메모리 비중은 축소하고, AI·고성능 컴퓨터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I와 연계된 데이터센터 투자 등으로 고용량 및 고성능 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첨단공정 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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