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도 캐즘도 버텨낸 27년 ‘뚝심’…현대차, 수소 콘셉트카 ‘이니시움’ 공개

권재현 기자 2024. 10.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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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에서 현대차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이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27년 수소 역량이 집약된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가 베일을 벗었다.

현대차는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클리얼리 커미티드(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를 열고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을 공개했다. 이니시움은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선보이는 승용 수소전기차의 상품과 디자인 방향성을 담은 콘셉트 모델이다.

이로써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사업에 뛰어든 이후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 차량인 ‘투싼ix 퓨얼셀’을 시작으로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인 ‘넥쏘’를 거쳐 세 번째 양산 모델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이니시움은 라틴어로 ‘시작’을 뜻하는 단어로,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현대차는 이니시움의 디자인에 미래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한 지향점을 녹였다. 이른바 ‘현대룩’의 디자인 언어 중 하나인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반영했다.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이상엽 부사장은 “스틸(철)의 자연스러운 탄성을 살려 소재 자체에서 오는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강조함으로써 수소의 청정하고도 순수한 본성을 더욱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램프 디자인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사업 브랜드인 ‘HTWO’의 심벌을 형상화했다.

수소전기차의 강점을 살리고, 여유로운 공간과 차별화된 사양을 갖춘 것도 이니시움의 특징이다.

이니시움은 수소탱크 저장 용량을 늘리고, 공기역학적 휠과 구름 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적용해 650㎞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 향상을 통해 최대 150킬로와트(kW)의 모터 출력을 구현한 점도 눈에 띈다. 이 밖에도 시트 등받이 기울기 각도, 자동차 뒷문 개폐 각도 조정을 통해 넓은 2열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도심과 아웃도어를 아우르는 가족형 SUV의 특성을 구현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수소전기차에 특화한 편의사양도 적용했다. 먼저 ‘루트 플래너’ 기능으로 고객이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가까운 충전소의 운영 상태와 대기 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적의 경로를 안내한다. 9에어백 시스템을 장착하고, 전방부 다중 골격 구조와 측면 차체 구조의 강성을 키우는 등 안전성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현대차는 이날 행사장에 ‘수소 헤리티지’ 공간을 만들고 수소 시험차와 투싼ix 퓨얼셀, 넥쏘 등을 전시했다. 수소전기차 개발 당시의 사진, 보고서, 도면 등도 공개했다.

2000년 미국의 연료전지 전문 업체 UTC파워(UTC Power)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그는 2005년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를 설립하며 수소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한번 만들어서는 절대 잘 만들 수 없습니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젊은 기술자들이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 보십시오. 돈 아낀다고 똑같은 차 100대 만들 필요 없습니다. 100대가 다 다른 차가 되어도 좋습니다”라며 연구원들을 독려했다. 현대차 제공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겹쳐 친환경차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하는데도 현대차가 수소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탄소 중립 차원에서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시차의 문제이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며 “당장 수익성이 있는 차량은 아니지만 수소 사회 구현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기차에 이어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수소에너지와 수소차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 상태고, 미국도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0곳을 설치하겠다며 수소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국은 수소차 보급율이나 연료전지 기술 면에선 세계 정상급이지만, 수소를 액체 상태로 저장하고 운반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문제나 수소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등 측면에선 아직까진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열악한 충전 인프라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 간 ‘수소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서 장 사장은 이날 “자동차와 같은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냉·난방, 에너지 공급망, 수소 생산 및 유통망 구축 등) 모든 면에서 (협력)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수소 사업을 진두지휘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올해 초 CES에서 정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 제공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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