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또 이용 당한다?"…인도 제철소 궁금점 3
지분 5대 5, 이사회 동수로 '힘 균형'
"포스코 투자 5조, EBITDA로 충분"
최근 포스코그룹이 인도 제철 1위 JSW그룹과 합작 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2005년부터 줄곧 인도 제철소 시장을 두드렸던 포스코가 이번에 다시 재도전에 나서면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30일 진행된 포스코홀딩스 컨퍼런스콜을 중심으로 투자 방식, 규모, 지역 등 궁금점을 추렸다.
투자 5조 부담?…"EBITDA 내에서 충분"
포스코그룹은 지난 29일 JSW와 인도 제철소 합작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난 30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천성래 탄소중립팀장은 "이제 부지를 확보하고 FS(Feasibility Study, 타당성 조사) 단계이기 때문에 JVA(Joint Venture Agreement, 합작투자계약서)까지 가는 단계는 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제철소 규모는 연 500만톤으로, 고급 자동차강판을 생산하게 된다. 총 투자비는 10조원이 예상된다. 합작사는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 포스코와 JSW가 5대 5 비율로 참여한다. 김승준 재무IR팀장은 "케파를 500만톤으로 잡았을 때, 80억 달러(한화 10조원) 정도"라며 "파트너와 5대 5 공동투자로 포스코는 5조원이 든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중국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5조원이 넘는 투자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재무IR팀장은 "아무리 못해도 연간 포스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4조원 정도"라며 "인도 투자가 4~5년 걸쳐 투자되기 때문에 자체 EBITDA 내에서 충분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 별도기준 EBITDA는 △2020년 3조5160억원 △2021년 9조470억원 △2022년 4조6740억원 △2023년 4조4100억원 등을 기록했다.
인도 투자에 돈이 쏠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31일 보고서를 통해 "JSW와 협력은 장기적으로는 검토할 만한 전략"이라면서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오디샤 확정?…"부지 2곳 제안받아"
합작 제철소가 들어서는 곳은 오디샤(Odisha) 주(州)가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오디샤는 인도 동부에 위치한 곳으로, 철광석 등 자원이 풍부하고 항구를 끼고 있어 물류에 장점이 있다.
사업부지는 JSW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오디샤와 함께 다른 곳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현재 공장 부지 2곳을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제철소 생산량이 커지면 부지도 확대될 수 있다. 천 탄소중립팀장은 "1단계가 500만톤인데, 현재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부지는 1600에이커(647만4970m2) 정도되기 때문에, 2단계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에 운영중인 냉연도금 공장과의 시너지도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거리다. 천 탄소중립팀장은 "오디샤와 마하라슈트라 거리가 상당히 멀다"면서도 "보통 인도 서부 지역 밀(공장)이 오디샤에 있는 밀로부터 소재를 받고 있어, 마하라슈트라 공장 소재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SW는 이번 합작 제철소 외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투자 지역은 확대될 수 있다. 천 탄소중립팀장은 "오디샤는 자체적으로 1000만톤 부지 건설을 거의 다 끝냈다"며 "2030년까지 현재 2800만톤에서 5000만톤까지 추가 확장하는데, 포스코와 하는 것이 그것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인도에 이용당한다?…"지분 5대 5"
포스코는 JSW와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지분을 5대 5로 맞추고, 이사회도 양측이 동수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과거 '오디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05년 포스코는 오디샤 주정부와 MOU를 맺고 최대 1200만톤 제철소에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MOU에 따라 포스코는 주정부로부터 4004에이커(1620만3613m2) 부지를 제공 받기로 했다. 오디샤 주가 포스코에 전용 광산을 제공하는 조건도 있었다.
하지만 광산 개발 허가권 소송 등으로 2017년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인도 국영 철강사와 사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중단됐다. 아무 성과 없이 수천억원대의 돈과 19년의 시간을 버린 셈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선 이은영 DBS 애널리스트는 "JSW는 자체적인 케파 증설 계획을 갖고 있는 데다 포스코를 통해 고급강으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처럼 보인다"며 "혹시 포스코가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닌가 이런 걱정도 든다"고 지적했다.
천 탄소중립팀장은 "포스코가 합작사 지분 50%를 갖고 또 이 BOD(이사회)도 5대 5로 구성을 하기 때문에 큰 컨플릭트(conflict, 갈등)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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