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올인'했던 美 빅테크 실적 상승 "더 많이 투자해야"
그동안 막대한 투자 쏟아부었던 AI 사업에서 수익 조짐
앞으로 AI에 자본 더 쏟아 부을 듯
시장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지출에 불안
[파이낸셜뉴스] 그동안 인공지능(AI)에 대거 투자했던 미국의 대형 IT 기업(빅테크)들이 잇따라 3·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AI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 폭을 늘릴 예정이라며 내년에 더 많은 자금을 AI에 투입한다고 예고했다.
대형 서버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저장 공간 및 각종 데이터 처리 능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혁신을 겪고 있다. 빅테크들은 고객들이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해 AI를 훈련시킬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거나, 자체 운영하는 AI 서비스를 클라우드 고객에게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AI 기술을 도입중이다. 애저의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올해 1·4분기 기준 25%로 아마존웹서비스(31%)에 이어 2위다.
지난 2010년 애저를 처음 출시한 MS는 2019년부터 미국 AI 기업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애저에서 오픈AI의 AI 프로그램을 독점 실행할 권리를 얻었다. MS는 지난해까지 오픈AI에 총 14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MS가 3·4분기에 부동산 및 장비 구입에 쓴 돈은 14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0% 늘어났으며 대부분은 AI 서비스 지원에 필수적인 데이터 센터 건설비로 쓰였다. 금융리스를 포함한 분기 자본 지출은 전년 동기(112억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200억달러로 집계됐다. MS는 2025년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자본지출이 전년 보다 300억달러 늘어난 800억달러(약 110조원)라고 추정했다. MS의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저의 성과가 고무적이라며 "우리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계속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타의 3·4분기 매출은 405억9000만달러(약 56조426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실적 발표에서 "우리의 핵심 사업을 가속할 새로운 AI 진보를 이용할 기회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기회는 앞으로 몇 년 안에 강력한 투자 성과로 돌아올 것이며 나는 우리가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의 도움으로 사용자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쓰는 시간이 각각 8%, 6% 늘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미래에 "AI가 만들거나 요약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를 추가할 것"이라며 "이것과 관련된 새로운 것들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이날 발표에서 2024년 회계연도(2024년 1월~12월) 자본 지출 전망을 기존 370억~400억달러에서 380억~400억달러로 상향했다.
미국 증권사 트루이스트 증권의 유세프 스콸리 인터넷 및 미디어 주식 리서치 대표는 FT를 통해 “메타는 자사 어플리케이션에서 AI를 활용하는 능력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고, AI 로드맵을 지원하기 위해 기반시설 투자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검색과 클라우드 부문에서 AI 투자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난 1년간 유튜브 매출이 5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AI 제품군이 이제 대규모로 운영되고 수십억명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며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글은 AI 투자 등을 위한 3·4분기 자본 지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130억달러로 집계했다. 구글의 아나트 아슈케나지 CFO는 "4·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자본 지출은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아마존, 인텔은 10월 31일에 3·4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빅테크들의 씀씀이가 반갑지 않다. MS의 주가는 실적이 공개되자 30일 장 마감 이후 3.71% 급락했다. 메타의 주가 역시 마감 이후 3.18% 떨어졌다. 알파벳 주가는 29일 장 마감 이후 5% 가까이 뛰었으나 30일 정규장에서 전장 대비 2.92% 오른 채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은 빅테크들의 실적이 나아지긴 했지만 AI 관련 자본 지출이 크게 증가한데다, 앞으로도 증가한다고 보고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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