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와이브레인 “전자약 병용요법 시대 온다… 치매·불면증도 치료”

송복규 기자 2024. 10. 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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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대표 인터뷰
“종근당·환인제약과 병용요법 협력 논의
경도치매 전자약 업계서 첫 임상시험
전자약 최종 목표는 정신과 재택 치료”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가 29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조선비즈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병용요법이나 동반진단이 전자약 산업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병용요법은 의약계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다. 전자약을 치료제와 함께 처방하면 질환의 증상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병용요법은 전자약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있는 방안이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

전자약이 뇌 질환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전자약 ‘마인드스팀’은 머리에 헤드셋을 쓰면 2㎃(밀리암페어) 이하의 미세전류를 흘려보내고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우울증을 치료한다. 이 회사가 개발한 ‘두팡’은 이마에 패치를 붙이고 전기 자극으로 신경을 안정시켜 편두통 증상을 완화한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29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조선비즈를 만나 “국내 파트너사들과 병용요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아 항우울제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근거를 서울성모병원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브레인은 이 대표를 포함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젊은 공학자들이 2013년 창업한 전자약 개발 기업이다. 이 대표는 박사과정이던 2007년 미국 전자부품기술학회에서 최우수학생논문상을 받을 정도로 공학계 인재로 꼽혔다. 그는 자신이 연구하던 전자기기 소형화 기술과 공동창업자의 전기 자극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을 결합하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전자 반창고’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와이브레인을 세웠다.

창업 12년 차가 지난 지금, 와이브레인은 구슬땀 흘리며 연구한 성과를 얻고 있다.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은 작년부터 의료현장에서 비급여로 처방돼 이번 달 처방 9만건을 넘겼다. 특히 만성 편두통 전자약 두팡은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해주는 510k 승인을 받았다. 내년에는 불면증 진단제품과 치료 전자약을 선보일 계획이다.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뇌파 진단 장비 마인드스캔(왼쪽)과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와이브레인

이젠 사업 고도화에 나선다. 병용요법과 동반진단이 핵심이다. 병용요법은 정신과 질환 치료제와 전자약을 동시에 활용해 증상 개선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이다. 동반진단은 치료를 받는 환자의 뇌 상태를 바로바로 파악해 치료 적합성을 판단하는 작업을 말한다. 동반진단과 병용요법을 활용하면 환자 상태에 알맞은 정밀의료가 가능해진다.

이 대표는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 우울증을 치료하는 전자약 함께 사용하면 증상 개선 효과가 최대 80%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스위스 전자약 기업 노보큐어가 교모세포종의 분열을 억제하는 전자약으로 환자의 생존 기간을 두 배 늘린 것도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에서 신뢰를 쌓은 치료제와 함께 처방돼 전자약의 시장 진입률을 높이는 데도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동반진단은 한 달 뒤에 치료 반응을 보고 치료법을 바꾸는 기존 긴 간격의 환자 관리 기간을 뇌파 진단 장비로 1~2일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만약 환자가 적용한 치료에 생체 신호 변화를 보이지 않거나, 자극 위치를 잘못 잡았을 때 적절한 치료법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연동이 쉬운 소형화된 와이브레인 장비들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이브레인은 협력관계를 맺은 국내 제약사 종근당, 환인제약과 함께 사업 고도화에 나선다. 이 대표는 “환인제약은 국내에서 정신과 치료제 1위를 차지한 곳이고, 종근당은 전자약과 정신질환 치료제 시장을 중요하게 보는 국내 대형 제약사”라며 “환인제약은 뇌파 진단 장비 마인드스캔, 종근당은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캔을 중심으로 병용요법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가 29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조선비즈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병용요법이나 동반진단이 전자약 산업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이 대표는 현재 우울증과 편두통을 치료하는 전자약 외에도 적응증을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경도 치매는 업계 최초로 확증 임상을 완료했고, 데이터 분석을 거쳐 조만간 결과를 발표한다. 경도인지장애 전자약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확증 임상을 개시한 상태다. 내년 제품을 출시하는 불면증을 포함해 치매, 인지장애, 조현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때마다 제약사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그는 “적응증을 확장하면서 그 영역에 특화된 제약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기술이전도 질병에 따라 논의하고 있다”며 “내년에 나올 불면증 진단기기와 전자약도 현재 불면증에 처방되는 약물을 가진 기업과 같이 상용화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와이브레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자약을 환자들의 집으로 들여놓는 것이다. 편두통 전자약 두팡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만성 편두통 환자 254명을 대상으로 재택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재택 임상에서 편두통 환자 80% 이상이 2시간 이내에 경증·무증상으로 완화된 만큼, 두팡은 공식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면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대표는 “미세하고 정확한 전기 자극을 사용하는 전자약은 안전한 기술이기 때문에 오남용을 억제하면서 장기간 쓸 수 있다”며 “전자약의 가장 큰 잠재력은 일반 유통이 가능해 정신과 치료를 병원에서 재택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장점은 국내외 제약사들과 협업을 늘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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