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비만약이 온다”…릴리·노보 주가 조정 배경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실적
후발주자 바이킹테라퓨틱스 주가 급등
“양강 구도 깨질 수도…R&D 결실 관건”
미국 증시에서 강세를 이어가던 비만 치료제 선두 주자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가 함께 하락세를 보이며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만약 판매 실적이 시장 기대보다는 저조한 탓이다.
여기에 더해 비만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낸 후발주자들이 더 나은 비만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드러내면서,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양강 구도인 시장 지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비만치료제가 올린 주가, 실적이 끌어내려
31일 미국 증시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841.87달러로 전일 대비 -6.83%(61.71달러)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지난 8월 30일 최고 960.02달러까지 올랐던 주가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113.15달러로, 전일 대비 1.04% 올랐으나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거래일 8일 연속 하락세였다. 이 회사 주가는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 6월 146.36달러까지 올랐는데, 최근 110달러선까진 내린 것이다.
최근 두 회사의 주가 상승세가 꺾인 데는 두 회사의 비만치료제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라이 릴리가 30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한 114억4000만달러(약 15조 7906억원)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01달러 늘어 1.18달러다. 이는 당초 월가 전문가들이 제시한 예상치인 매출액 121억달러, EPS 1.45달러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일라이 릴리 측도 “3분기 당뇨·비만치료제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의 판매량이 기대치만큼 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연간 EPS 예상 전망치도 기존보다 3달러가량 낮췄다.
노보 노디스크는 내달 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비만치료제 오젬픽, 위고비를 처방받던 환자들이 경쟁 약인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로 이동하는 경우도 생겨 처방 실적이 감소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 바이킹테라퓨틱스 주가는 급등
이런 가운데 비만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인 후발 주자들의 연구 개발 성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바이킹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주 19% 이상 급등했다.
바이킹테라퓨틱스 주가 흐름을 보면, 지난 24일 주가는 73.22달러로 전일 대비 12.83% 급등했고, 25일에도 4.81% 올라 78.03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첫 개장일이 회사 주가는 18.28달러였는데,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JP모건은 지난 9월 이 회사 목표 주가를 80달러로 제시하기도 했다.
바이킹테라퓨틱스의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는 건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다. 바이킹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와 다른 원리의 비만 신약을 개발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치료제다. 약물이 GLP-1 흉내를 내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또 모두 피부에 찔러 투여하는 펜형 주사제로, 매주 투여해야 한다.
바이킹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비만 치료 후보물질은 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 이중 작용제 주사제 ‘VK2735′와 ‘먹는 약(경구용)’, VK2735와 이중 아밀린 칼시토닌 수용체 작용제(DACRA)를 합친 ‘4중 작용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이달 콘퍼런스 콜에서 “현재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시장 예상보다 효능과 내약성 데이터가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4중 작용제의 임상 진입, 월간 제형 개발 가능성도 언급했다.
경구용은 주사제에 비해 환자 투여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4중 작용제는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기존 이중 작용제, 삼중 작용제보다 높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VK2735는 앞선 임상 연구 데이터에서 40mg 용량 투여에서 3.3%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는데, 오는 3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비만주간학술대회(Obesity week)에서는 60mg, 80mg, 100mg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량일수록 체중 감소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
◇ “비만 치료 신약 진화 빨라져”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기존과 다른, 보다 효과적인 비만 치료 신약 개발에 도전하면서 릴리와 노보가 쥐고 있는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지형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국내사 중에선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 신약 후보 HM15275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한미약품이 지난 6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처음 공개한 비만 치료 후보물질로, GLP-1과 GIP, 글루카곤(Glucagon, GCG) 등 세 가지 수용체의 작용을 최적화한 3중 작용제다.
한미약품은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도 효력을 낼 수 있도록 3중 작용제로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되는 약물이라고 밝혀, 앞으로의 연구 개발 성과가 주목된다. HM15275는 내년 임상 2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 비만 치료법도 1~3세대 등으로 진화할 수 있다. 주 1회 주사가 가능한 비만 치료제가 출시되며 비만 치료제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다음은 먹는 약(경구제)이 될 수 있다. 경구제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제형으로 주사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까지 접근 가능해져,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현재 시장에 나온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 시 감량 체중의 최대 40%까지 근육 손실을 동반하는 한계가 있다. 만약 체지방은 줄여주는 한편 근육량 감소를 최소화하거나 유지하는 치료제가 개발되면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구 비만 치료제가 나오면, 피하주사 제형으로 투여를 시작한 이후 경구제로 유지하는 요법이 가능해진다”며 “경쟁사의 경구제 개발 성공은 노보와 릴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도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연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가 탄탄한 현금을 바탕으로 기술 인수와 인수합병(M&A) 거래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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