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도 '수소 집념'…현대차, 2번째 수소전기차로 대중화 '성큼'
정몽구 명예회장, 돈 걱정 대신 도전 독려…정의선도 수소 박차
배터리전기차와 경쟁구도 목표…타 산업군 협업 여지 열어둬
현대자동차가 2025년 상반기 두 번째 수소전기차 상용화 모델을 출시한다. 첫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한 지 7년 만이다. 앞서 31일 콘셉트카로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라틴어로 '시작'을 뜻하는 '이니시움'이란 콘셉트카로 부여된 이름답게 이전에는 없던 성능과 공간을 자랑한다.
신차는 SUV다. 65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완전충전 시 609km를 갈 수 있었던 넥쏘보다 개선됐다. 널널한 2열 공간도 자랑한다. 시트백 리클라이닝도 적용했다. 수소전기차가 배터리전기차만큼 대중화가 되려면 패밀리카로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리어오버행을 늘려 골프백 4개를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준비했다.
보다 실용적인 차가 될 수 있도록 V2L 기능도 탑재했다. 야외 활동 시 실내·외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실외단자는 220V 가정용 콘셉트 연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주행 중 가까운 충전소를 안내해 주는 루트플래너 기능도 넣었다. 가격은 내년 상반기 출시에 맞춰 공개된다.
3세대 걸친 수소사랑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탈탄소를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터라 완성차 업체에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분야다. 아직은 투자 대비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 분야 선봉장인 현대차는 그럼에도 도전을 쉬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역사는 어느덧 27년이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모두가 사업을 축소할 때 현대차는 담대한 결정을 했다. 수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눈앞의 위기 돌파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6개월 내 수소전기차 완성.' 전담 조직이 새천년에 부여받은 첫 임무였다. 당시만 해도 연료전지 기술이 부족했던 이들은 미국의 연료전지 전문업체 UTC파워와 손을 잡고 공동개발에 돌입했다. 전담 조직은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그렇게 확보한 지식과 기술로 결국 기한 내 차를 완성했다. 그게 바로 싼타페 수소전기차다.
집념의 시간은 계속됐다. 2004년에는 독자 개발한 기술이 녹아있는 수소전기차를 만들었다. 2005년에는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를 설립했다.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해 "돈 걱정 하지말고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보라"고 했던 발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도전과 실패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절대 좋은 차를 만들 수 없다는 의미였다.
환경기술연구소에서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관으로 수소를 통과하게 하는 기술, 그러면서도 수소가 절대 빠져나오지 않게 하는 기술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도를 높은 수소전기차를 만들어갔다. 수소전기 대형트럭, 수소전기 버스도 개발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시작한 이 사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물려받았다. 수소전기차로 시작해 이제는 수소 생태계 전반으로 시야를 넓혔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및 활용 전반에 걸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는 중공업, 발전 등 수소가 적용 가능한 다른 분야와의 시너지를 열어두고 있다. 일본 토요타와의 협업도 기대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건 아니지만 수소차 대중화를 위한 고민이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전기차처럼 수소전기차도 수년 후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판매가로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배터리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중 고민해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출력 등 다른 부분도 개선해 가겠다는 청사진이다.
정민주 (minj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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