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2인자' 김기유 지시 사기대출에 계열 저축은행서 140억 손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부동산 개벌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150억 원 상당의 부당대출이 이뤄지도록 계열사 경영진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변호인단이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전 의장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24.10.04.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150억원 부당대출로 태광그룹 계열사인 예가람·고려저축은행에서 14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소송 등을 통해 채권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31일 태광그룹 등에 따르면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지난해 8월31일 한 부동산시행사에 각각 100억원과 50억원의 대출을 실시했다. 이 시행사는 김 전 의장의 오랜 지인인 이성옥씨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대출이 이뤄질 당시 김 전 의장은 태광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었다. 김 전 의장은 이씨의 부탁을 받고 이은우 전 예가람·고려저축은행 대표에게 대출을 지시했다.

검찰수사 결과 해당 대출은 허위서류와 차명계좌가 동원된 사기대출이었다. 이씨가 대출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토지담보부 차용 약정서'와 '차용증 이행 합의서'는 이씨가 제3자와 짜고 허위로 작성한 서류였다.

이씨가 예가람·고려저축은행에 받은 대출금 150억원 중 100억원은 가짜 채권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됐다. 이씨는 차명계좌에 들어간 자금 전액을 이체한 뒤 87억원을 횡령해 주식에 투자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법인의 운영자금으로 전용하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또 대출금 중 40억원을 자기앞수표로 인출했고 이중 1000만원권 1매는 김 전 의장 아내의 계좌로 입금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대출금 100억원 중 94억원을, 고려저축은행은 대출금 전액인 50억원을 손실처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94억원을 손실로 반영하면서 지난 8월 기준 지급여력비율(BIS비율)이 14.8%에서 13.9%로 0.9%P(포인트) 하락했다. 연체율은 6.3%에서 6.9%로 상승했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사기대출을 주도한 이씨와 이 전 대표 등을 상대로 피해원금 144억원과 이자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채권회수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이씨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김 전 의장은 이 사건이 일어나게 만든 실질적인 총책이며 범죄를 직접 실행한 관련자들을 맺어주고 뒤에서 조정한 인물이니 철저한 수사를 통해 김 전 의장과 그 일당들의 범행을 낱낱이 밝혀 달라"는 내용의 엄벌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사기대출을 조기에 적발했지만 고객들의 소중한 예금을 대출 피해에 노출시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소송과 가압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채권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