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호실적의 비밀…대출규제 풍선효과?
가계대출 자산 성장 미미해…풍선효과 적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3분기 지방은행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과의 대출 경쟁, 지역 경기 침체 등 악재 속에서도 선방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가계대출 풍선효과의 덕을 본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지방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은 풍선효과가 실적에 미친 영향은 적다는 설명이다.
31일 각 은행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방은행 4곳(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과 iM뱅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5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4740억원) 대비 5.69% 증가한 수치다. iM뱅크의 경우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했지만 대구·경북 지역 여신 비중이 73%로 아직 지방 영업에 의존하는 부분을 고려해 집계에 포함했다.
경남은행을 제외하면 이들 은행의 실적은 지난 2분기보다 좋았다. iM뱅크의 3분기 순익은 전 분기 대비 46.1% 증가하며 가장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 7.1%, 부산은행 5.6%, 광주은행 2.7% 순으로 순익이 증가했다. 경남은행은 지난 2분기 양호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순익이 16.1%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들의 실적 전망이 엇갈렸던 점을 감안하면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3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중은행들과 달리 지방은행들의 실적은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지방 경기 악화와 인구 감소로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지방은행은 지방 인구감소 및 경기 침체를 겪으며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기업 및 기관영업에서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화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올 들어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시중은행에 지방은행은 밀리는 모습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6월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42조원 증가한 반면 지방은행은 3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 성장도 정체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성장 속도에 따라 잡히는 흐름이다.
이런 비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으로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가 지목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규제가 느슨한 지방은행으로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던 지난 7~9월 소비자들이 지방은행 문을 두드리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부산은행은 1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특판을 진행해 13일 만에 완판했다. 5년 고정금리형에 최저 금리는 2.94%로 우대 사항이 없어도 3% 초반대에 대출이 가능했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면서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3.5% 위로 올린 상황이었기에 큰 인기를 얻었다.
비슷한 시기 iM뱅크의 경우 연 최저 3.25%의 금리를 제공하자 문의가 폭증하면서 신규 주담대 접수를 막기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대출금리를 올린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일찌감치 4%대에 진입했던 반면 지방은행은 비교적 최근 4% 초·중반대에 들어왔다.
대출 규제 여파로 성장 오히려 제한돼
하지만 지방은행들은 풍선효과가 가계대출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아 이에 따른 이자 이익도 미미하다고 설명한다.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이익보다는 건전성 안정화와 비용 효율화 등 다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방은행들의 3분기 가계대출 성장률은 크지 않다. 부산은행의 3분기 가계대출은 2분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남은행은 3.2% 증가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각각 9.7%, 3.0% 감소했다. iM뱅크 역시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자산은 모두 확대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성장폭이 적었던 셈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개별 은행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지방은행은 전반적으로 급격한 가계대출 성장으로 이익을 직접적으로 늘릴 상황이 아니다. 대출 성장은 시중은행에 비해 제한된 부분이 있다"며 "중금리 대출 등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통한 이익 안정성 제고 및 건전성 안정화로 비용 효율성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관리도 본격화하면서 향후 성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은 지방은행과 2금융권, 인터넷은행 에서 주담대 중심 과당 경쟁과 과잉 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지방은행 입장에선 풍선효과에 대한 반사이익보다 향후 성장이 가로막힐 것을 걱정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및 제2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치중하기보다는 은행권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다양한 자금수요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역할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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