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낸 정용진式 용인술…다음은 신세계건설?
식품 계열사 대표는 교체…상폐 수순 신세계건설의 앞날은?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취임 후 첫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회장 승진과 계열분리 선언이지만 정 회장이 공언한 '신상필벌' 인사 원칙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재계에선 상장폐지 수순에 돌입한 신세계건설에 대해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진 회장이 취임 후 첫 정기인사로 성과주의 기조를 보여주며 혁신·경영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0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수장이 된 후 '통합 이마트' 전략을 이끌며 체질개선을 진행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올 상반기 이마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7.5% 증가한 12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개선과 함께 재무 건전성 지표도 회복세에 접어든 신세계까사의 김홍극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스타일 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노브랜드 사업을 초기부터 이끌었던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은 이마트24 대표에 올랐다.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주목받은 인사는 신세계야구단 대표에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을 발탁한 점이다. 상무보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한 파격인사다. 신세계그룹은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정 회장이 취임 당시 밝힌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 인사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수익성 회복 시급한 계열사엔 잇단 교체
반면 실적 부진을 겪던 신세계푸드·신세계L&B의 송현석 대표는 물러나게 됐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현재 체질개선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월 레스토랑 '보노보노'를 브라운F&B에 매각하고 지난 9월에는 스무디 전문점 '스무디킹' 영업 종료도 결정하며 적자 사업 정리에 나서고 있다. 와인 등 주류 붐이 꺼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신세계L&B는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했다. 송 대표 교체 역시 쇄신 작업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 겸 재무담당(전무)이,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나라셀라 영업마케팅총괄 전무가 선임됐다.
앞서 정 회장은 수시인사를 통해 지난 4월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한 데 이어 6월 이커머스 계열사인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교체했다. 인사 시즌에 상관없이 실적 부침을 겪고 있는 계열사에 과감하게 손을 댄 셈이다.
재계에선 다음 쇄신의 칼날이 신세계건설로 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지난 29일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지분 17.75%(137만6841주)를 추가 확보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로써 이마트는 기존 보유 지분 70.56%와 신세계건설 자사주 2.21%를 포함해 총 90.42%를 확보하게 됐다.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인 95% 이상 지분 확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사회 의결을 거쳐 포괄적 주식 교환(현금 지급) 방식으로 지분 100%를 확보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마칠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2022년 이후 2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결국 이마트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흡수한 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재계에선 이마트가 대표이사 교체 등 쇄신작업을 한 차례 거친 신세계건설에 타 계열사 전례처럼 부실 사업장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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