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약’ 위고비는 생활 습관 고칠 좋은 기회... “단백질 식단·근력 운동 필요”
‘꿈의 비만약’이라 불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달 국내에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약을 구하기 위해 예약금을 걸어놓거나, 비만·당뇨병 환자가 아님에도 미용 목적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처방받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고비가 치료 약물인 만큼 처방과 투여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려면 위고비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영양가 있는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단 조절과 운동 없이는 위고비로 아무리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 하더라도 약을 끊는 순간 다시 체중이 느는 ‘요요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위고비를 맞는 동안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식단을 챙겨 먹고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며 “위고비를 ‘생활습관을 교정해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박경희 교수와의 일문일답.
–위고비는 어떤 약물인가. 먼저 나온 비만약 ‘삭센다’와는 어떻게 다른가.
“위고비와 삭센다는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했다. 주성분은 각각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로, 둘 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이다.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몸에 존재하는 GLP-1 호르몬을 화학적으로 살짝 바꾼 것이다. GLP-1과 비슷한 기능을 하되 오랫동안 몸속에 머물도록 만들었다.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춰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체내에서 몇 분만에 사라진다.
이보다 반감기가 긴 삭센다와 위고비는 수십 시간~수 일 머물며 GLP-1 호르몬을 흉내 낸다. 삭센다는 하루에 한 번,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혈당이 낮아지고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다. 체중 감량 효과는 삭센다가 56주 기준으로 평균 7.5% 정도, 위고비가 68주 기준으로 평균 15% 정도 된다.”
–어떤 사람들이 위고비를 맞나.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으로 비만이거나, 27~30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처방된다.”
–임상시험 결과를 보니 GLP-1 약물을 맞으면 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위고비를 맞는 동안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당연하다. 체중감량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운동을 해야 한다. 위고비를 맞지 않아도 체중이 급격히 줄어들 때는 우리 몸에서 지방보다도 근육이 먼저 빠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보호하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먹는 양이 줄어들면 이미 저장된 에너지를 태워 사용하는데, 이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이 근육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중 감량하는 동안에는 식단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육양을 유지해야 한다.”
–위고비를 맞으면 식욕이 줄어든다. 추가적으로 어떻게 식단을 조절해야 하나.
“먹는 양이 줄면 전체적인 영양분 섭취량이 다 줄어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끼니마다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한다. 이들 영양소가 줄면 역시 근육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먹는 양이 줄더라도 양질의 영양소를 균형 있게 먹는 연습을 해야 한다.”
–위고비가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고 들었다.
“맞는다. 위고비는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지나가는 속도를 늦춤으로써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식욕을 줄이는 원리다. 음식에 대한 식탐이 줄면 쓸데없는 간식이나 야식을 먹지 않게 된다. 그래서 위고비는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만 충실히 먹도록 식습관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위고비를 끊으면 ‘요요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위고비를 맞는 동안 줄었던 식탐은 위고비를 중단했을 때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위고비를 끊으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요요현상이 반복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살이 빠질 때는 지방과 근육이 함께 빠졌다가, 살이 다시 찔 때는 주로 지방이 찌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비만을 병이라고 인지해야 한다. 그것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 그렇기 때문에 위고비를 비만 치료를 돕는 조력자라고 생각하고 투여 기간 동안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영양소에 맞는 식단을 하루에 세 끼 잘 챙겨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 그런데 여러 연구 결과를 보니 위고비를 맞으면 운동에 대한 갈망이 줄어든다고 한다.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위고비가 식욕과 함께 운동에 대한 욕구까지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동물실험 결과일 뿐이다. 사람에게서도 반드시 운동에 대한 욕구를 떨어뜨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위고비를 맞든 안 맞든 체중이 급격히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움직이기가 더욱 싫어질 수 있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규칙적으로 운동할 필요가 있다.”
–위고비는 0.25㎎, 0.5㎎, 1.0㎎, 1.7㎎, 2.4㎎ 등 용량별로 5가지 제품이 있다. 병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처방하나.
“병원에서는 먼저 저용량(0.25㎎)으로 4주 동안 처방한다. 그 다음 용량을 2.4㎎으로 높인다. 이런 식으로 용량을 점진적으로 올린다. 몸이 위고비에 먼저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맞는 적정용량을 찾아 그 용량을 투여해 체중을 줄이도록 한다.”
–그렇다면 비만·당뇨병이 아닌 사람이 마음대로 위고비를 맞는 일이 위험하겠다
“맞는다. 의사는 환자마다 어떤 위험인자를 가졌는지를 보고 위고비를 처방한다. 모든 비만 환자가 다 위고비를 맞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령 하루에 한 끼만 폭식하는 환자는 만성적으로 영양결핍인 상태일 수 있다. 이들에게는 위고비 같은 식욕억제제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런 것까지 다 평가를 해 위고비를 처방해야 한다.”
–위고비는 원래 당뇨병약(오젬픽)이었다. 건강한 사람이 이 약을 맞아도 당뇨병약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나. 또는 당뇨병 환자가 위고비를 처방받으면 기존 약을 끊어야 하나.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위고비를 맞는다고 해서 저혈당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들은 혈당 수치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처방 받은 약물에 따라 다르다. 자누비아 같은 인크레틴 계열 약물은 위고비와 작용 원리가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고비를 처방 받았을 때 다른 계열 약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위고비에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으므로 기존 당뇨병약 용량을 조금 줄여야 한다.”
–다음 달에는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욱 큰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마운자로가 나오면 비만약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까.
“아주 크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비만약 마운자로(젭바운드)는 주성분이 티르제파타이드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동시에 위 억제 펩타이드(GIP)를 흉내 낸다. 그만큼 체중 감량 효과가 좋다. 72주 동안 투여하면 약 21% 감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효과가 큰 만큼 이 약은 초고도비만 환자와 당뇨병이 있는 고도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으로만 쓰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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