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에서 총연봉 1·2위 잡고 WS 우승 반지 얻은 '5위' 다저스
'오타니 연봉 지급 유예' 덕분에 다저스 총연봉은 리그 5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는 '골리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구단인 다저스와 미국 동부의 자존심 뉴욕 양키스의 WS 만남은 무려 43년 만에 성사됐다.
두 팀은 앞서 WS에서 11차례 만나 다저스가 3번, 양키스가 8번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끝난 WS 5차전에서 7-6으로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하고 양키스와 WS 통산 전적을 4승 8패로 만들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그 가운데 11차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다저스는 사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저평가받았다.
정규시즌 50홈런-50도루를 달성한 오타니 쇼헤이를 필두로 한 타격은 명실상부한 리그 최강이지만, 선발 투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는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다저스는 잭 플래허티∼야마모토 요시노부∼워커 뷸러로 선발 투수를 3명만 쓰는 총력전을 펼쳐 양키스 타선을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구단 가치 순위에서 다저스(54억5천만달러)는 올해 1위 양키스(75억5천만 달러)에 이어 2위를 했다.
양키스는 1998년 이후 한 번도 포브스 MLB 구단 가치 1위를 놓친 적 없는 구단이다.
이처럼 최고의 흥행 카드가 어렵게 성사됐으니, MLB 사무국은 가능하면 다저스와 양키스가 WS를 길게 이어가길 내심 바랐을 터다.
그러나 다저스는 양키스보다 한 수 위 전력을 보여주며 4승 1패로 시리즈를 조기에 마쳤다.
총연봉으로 따지면 올해 다저스는 MLB 30개 구단 가운데 5번째로 많았다.
미국 프로스포츠 연봉 집계 전문 웹사이트 '스포트랙'에 따르면, 다저스의 2024시즌 총연봉은 약 2억4천100만달러였다.
1위는 뉴욕 메츠(3억1천800만달러), 2위는 양키스(3억900만달러), 3위는 휴스턴 애스트로스(2억5천500만달러), 4위는 필라델피아 필리스(2억4천700만달러) 순이다.
총연봉 6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2억3천640만달러)까지 올해 연봉 상위 1∼6위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해당 웹사이트에서 집계를 공개한 2011년 이후 연봉 상위 1∼6위 팀이 나란히 가을야구를 치른 건 올해가 처음이다.
구단이 투자한 대로 성과가 나온 시즌인 것과 동시에 시장 규모가 작은 팀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저스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연봉 1위와 2위 팀을 연거푸 잡았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는 1위 메츠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따돌렸고 여세를 몰아 WS에서는 2위 양키스를 더 쉽게 제압했다.
'초호화 군단' 다저스의 연봉이 5위에 그친 건,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연봉 지급 유예(디퍼·Defer) 계약 덕분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계약한 오타니는 실제로는 계약 기간 동안 전체 액수의 2.9% 수준인 2천만 달러만 받기로 했다.
나머지 6억8천만 달러는 다저스와 계약이 끝난 이후인 2034년부터 10년 동안 무이자로 받는다.
이에 따라 다저스는 서류상으로는 올해 오타니에게 200만 달러만 지급했다.
만약 오타니가 7천만달러를 모두 받았다면, 다저스 총연봉은 양키스 수준으로 올라간다.
구단의 부유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오타니가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 연봉 지급 유예 계약 덕분에, 다저스는 야마모토와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영입할 수 있었다.
미국 일부 매체는 편법으로 볼 수도 있는 다저스의 이러한 계약을 두고 '새로운 악의 제국'이라고 불렀다.
악의 제국(The Evil Empire)은 2000년대 초반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를 싹쓸이하던 양키스를 상징하는 별명이었다.
'신(新) 악의 제국' 다저스는 올해 WS에서 '구(舊) 악의 제국'을 몰아내고 새롭게 왕좌에 앉았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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