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30조 펑크 내놓고 나라 곳간과 국민 지갑 털겠단 걸까
세수 결손 책임 인정했지만
잘못 바로잡을 대안은 전무
비상금 활용 방안만 한가득
자칫하면 위기 상황 올 수도
독단 막을 재정청문회 필요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29조6000억원)이 예상되자 정부가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대안을 명확하게 내놓지 않아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당에선 재정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더 이상 정부의 재정운영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다. 정부의 재정운영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이번에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게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물었다. 최 부총리는 "세수 추계를 정확하게 하지 못한 정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황 의원이 이런 질문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자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지방교부금(-6조5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10월 21일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날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은 "중앙정부의 세수 결손은 감세정책에서 비롯됐는데, 그 책임을 오롯이 지방정부의 몫으로 전가해 국민의 안전, 복지, 교육, 문화 등 생활 밀착 사업의 중단·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 안전과 직결된 도로와 지하차도 보수사업이 백지화된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맥락에서 황 의원의 질의엔 '세수 결손이 정부의 잘못이라면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셈이다.
황 의원은 "정부는 미래 세대를 위해 국채 발행은 어렵다고 얘기하면서 부자 감세를 하고 있다"며 "추경을 하든 부자 감세를 철회하든 둘 중에 하나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최 부총리가 내놓은 답변이다. 최 부총리는 "지방재정을 걱정하는 부분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지난번 재추계 이후 국회에서 지적을 많이 해줘서 이번에는 지난해 결손났을 때보다 소통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가용자원이 부족한 기초지자체의 지방교부금은 전체 예산의 1% 수준인데, 통상적으로 지자체 예산 불용액 비율 이내"라면서 "이런 경우에도 최대한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방교부금 삭감이 지방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들여다보기는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대안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세수 결손분을 채우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4조원 내외)과 외국환평형기금(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2조~3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3조원 내외) 등 기금과 특별회계에서 14조~16조원을 끌어다 쓰겠다는 게 현재 정부의 계획이다.
또한 지방교부금은 6조5000억원 줄이고, 7조~9조원의 불용을 이끌어내겠다는 플랜도 밝혔다. 세수를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은 이번에도 고려하지 않는다.
당연히 정부의 방안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다. 예컨대 외국환평형기금은 환율 방어를 위한 일종의 비상금인데, 지금과 같은 환율 상승기에 외국환평형기금을 갖다 쓰면 자칫 큰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특히 최 부총리는 9월까지만 해도 외국환평형기금 사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서민·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약통장에 들어온 돈을 모아둔 것이어서 '정부가 제 앞가림도 못 해 서민들 호주머니를 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재정이 어렵지 않도록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내용조차 없다. 그럼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상황을 두고 '최선의 결단'이라고 두둔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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