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30조 펑크 내놓고 나라 곳간과 국민 지갑 털겠단 걸까

김정덕 기자 2024. 10. 31. 14: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이슈 아카이브
세수 결손 책임 인정했지만
잘못 바로잡을 대안은 전무
비상금 활용 방안만 한가득
자칫하면 위기 상황 올 수도
독단 막을 재정청문회 필요
현 정부의 재정운영 방식은 리스크가 너무 많다.[사진=뉴시스]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29조6000억원)이 예상되자 정부가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대안을 명확하게 내놓지 않아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당에선 재정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더 이상 정부의 재정운영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다. 정부의 재정운영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이번에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게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물었다. 최 부총리는 "세수 추계를 정확하게 하지 못한 정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황 의원이 이런 질문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자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지방교부금(-6조5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10월 21일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날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은 "중앙정부의 세수 결손은 감세정책에서 비롯됐는데, 그 책임을 오롯이 지방정부의 몫으로 전가해 국민의 안전, 복지, 교육, 문화 등 생활 밀착 사업의 중단·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 안전과 직결된 도로와 지하차도 보수사업이 백지화된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맥락에서 황 의원의 질의엔 '세수 결손이 정부의 잘못이라면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셈이다.

황 의원은 "정부는 미래 세대를 위해 국채 발행은 어렵다고 얘기하면서 부자 감세를 하고 있다"며 "추경을 하든 부자 감세를 철회하든 둘 중에 하나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최 부총리가 내놓은 답변이다. 최 부총리는 "지방재정을 걱정하는 부분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지난번 재추계 이후 국회에서 지적을 많이 해줘서 이번에는 지난해 결손났을 때보다 소통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가용자원이 부족한 기초지자체의 지방교부금은 전체 예산의 1% 수준인데, 통상적으로 지자체 예산 불용액 비율 이내"라면서 "이런 경우에도 최대한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방교부금 삭감이 지방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들여다보기는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대안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세수 결손분을 채우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4조원 내외)과 외국환평형기금(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2조~3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3조원 내외) 등 기금과 특별회계에서 14조~16조원을 끌어다 쓰겠다는 게 현재 정부의 계획이다.

또한 지방교부금은 6조5000억원 줄이고, 7조~9조원의 불용을 이끌어내겠다는 플랜도 밝혔다. 세수를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은 이번에도 고려하지 않는다.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줄이기로 하자, 지자체장들이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당연히 정부의 방안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다. 예컨대 외국환평형기금은 환율 방어를 위한 일종의 비상금인데, 지금과 같은 환율 상승기에 외국환평형기금을 갖다 쓰면 자칫 큰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특히 최 부총리는 9월까지만 해도 외국환평형기금 사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서민·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약통장에 들어온 돈을 모아둔 것이어서 '정부가 제 앞가림도 못 해 서민들 호주머니를 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재정이 어렵지 않도록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내용조차 없다. 그럼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상황을 두고 '최선의 결단'이라고 두둔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