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하며 유상증자 기업실사한 고려아연,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 기업실사…공개매수신고서 허위 기재 의혹
금감원,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행정처분·수사기관 통보·고발 검토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실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제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개매수 기간에 대규모 신주 발행이라는 중요사항을 진행하면서 이를 공개매수 관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선 공개매수신고서의 중요사항 허위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에 해당할 경우, 감독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주관사를 맡은 미래에셋증권 IB1팀은 지난 14일부터 29일까지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실사를 진행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유상증자 기업실사 기간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진행된 기간(10월4~23일)과 중첩된다. 따라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하는 중에 유상증자 주관계약을 체결하고 기업실사를 맡긴 것이다.

기업실사는 유상증자 주관계약 이후에 이뤄지는 만큼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개시 직전이나 직후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의하기 이전에 이미 유상증자를 위한 실무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지난 4일 제출한 공개매수신고서나 7일과 11일의 정정 공개매수신고서에 이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후의 장래 계획에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개매수 이후 다양한 경영개선 활동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며, 신속하고 일관된 의사결정 및 경영의 효율성을 추구함으로써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신고서의 중요사항을 허위 기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상증자와 같은 대규모 신주발행은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신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것이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신고서, 정정신고서 또는 공개매수설명서 등에서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하거나 중요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는 물론이고 공개매수신고서에 중요사항을 기재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자에 대한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도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기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당국의 실질적인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공개 매수자의 중요사항에 대한 거짓 기재 내지 중요사항 미표시에 대해 임원의 해임 권고, 수사기관 통보 또는 고발(불공정거래)할 수 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