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들 “직권조사 촉구…거듭 항소는 어불성설”

고경태 기자 2024. 10. 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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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부산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에 갇혀 인권침해를 당했으나 진실규명 신청을 못 한 '미조사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 모여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진실화해위가 남은 피해자에 대한 진실규명 없이 형제복지원 조사를 끝낸다면 "수백 수천의 미조사 피해자가 억울했던 과거를 밝히지 못한 채 냉가슴을 앓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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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앞 기자회견
형제복지원 피해자 협의회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건물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임에도 조사시기를 놓쳐 조사를 받지 못한 `미조사 피해자\'에 대해 진실화해위가 직권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980년대 부산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에 갇혀 인권침해를 당했으나 진실규명 신청을 못 한 ‘미조사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 모여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국가배상 판결에 항소를 제기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즉각 항소를 취하하고 1심판결에 준하는 사과와 피해보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는 31일 오전 진실화해위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부산시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로 접수됐으나 시기상의 이유로 진실화해위 직권조사를 받지 못한 분은 475명에 이른다”며 이들의 피해회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진실화해위는 내년 5월26일에 모든 조사가 종료된다. 진실화해위가 남은 피해자에 대한 진실규명 없이 형제복지원 조사를 끝낸다면 “수백 수천의 미조사 피해자가 억울했던 과거를 밝히지 못한 채 냉가슴을 앓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협의회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건물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임에도 조사시기를 놓쳐 조사를 받지 못한 `미조사 피해자\'에 대해 진실화해위가 직권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건물 입구에 붙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날 기자회견에는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 박경보 회장과 형제복지원 미조사 피해자인 강상철·정한영·김용철·천의성·박희순·김필원·최유신·강종해·이용호·김종철씨가 참석했다. 이들의 대부분 50·60대다. 발언에 나선 김용철씨는 “진실화해위라는 국가기관을 통해 자신들이 피해자로 인정한 이들에게도 보상규모가 너무 커 액수 재산정이 필요하다면서 국가가 항소를 거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시간 끌기”라면서 “이처럼 시간을 지연하는 가운데 1심 판결을 받고도 피해자 4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1월10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오후에는 여의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 앞,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수용시설 조사기한 연장을 위한 법안 마련과 정부의 항소 중단을 요청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20일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강제노역과 폭행·가혹 행위·사망·실종 등 중대 인권침해 행위를 벌인 일이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8월부터 올해 1월9일까지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총 세 차례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사건 신청인 490명의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실제 피해자는 4만명에 이르고 65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나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한 사람은 728명뿐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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