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파병 비판 속 ‘신형 ICBM’ 발사…미 대선 전 존재감 과시
북한 “전략미사일 최신기록 갱신” 자평
“파병 비판에 시선 돌리고, 미 대선 전 존재감 과시”
북한이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역대 가장 큰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한 것으로, 기존 ICBM ‘화성-17·18형’보다 성능이 개량된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두고 국제사회 비판이 고조되는 와중에 발사를 감행했다. 한·미 국방장관의 강력 규탄 성명이 나온 직후여서 이에 맞대응하면서 미국 대선 전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이 발사됐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고각으로 발사된 ICBM은 1000㎞를 비행했다. 지난해 12월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뒤 올해 처음 ICBM을 쏜 것이다.
합참은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발사된 ICBM의 비행시간을 86분, 최고 고도를 7000㎞이상으로 판단했다. 역대 북한 미사일 시험 중 가장 긴 비행시간과 높이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일본과 유사한 판단”이라며 “신형 고체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사된 ICBM은 기존 화성-17형·화성-18형보다 사거리와 위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합참 12축(좌·우 24개 바퀴) TEL이 사용됐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지난 9월 12축 TEL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화성-17형은 11축(좌·우 22개 바퀴) TEL을, 화성-18형은 9축(좌·우 18개 바퀴) TEL을 이용한다. 바퀴 수가 늘면 TEL에 싣는 미사일의 엔진과 탄두의 크기·중량이 커진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권에 두는 화성-18형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사에서 다탄두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발사 직후 “전략미사일 능력의 최신기록을 갱신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가수반의 명령”으로 이번 발사가 진행됐으며 “전략적 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과시했다”고 자평했다. 미사일 발사 이튿날 발사 사실을 알렸던 전례와 비교해보면, 신형 ICBM 성공을 밝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이번 발사가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고 말했다고 국방성 대변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점진하는 외부 위협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대응태세를 더욱 완벽하게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사는 북한군 11군단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미국 대통령 선거를 닷새 앞두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성격도 담겼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지난 29일(현지시간) ICBM ‘야르스’ 등을 발사한 것과 연관해 ‘북한은 러시아와 핵동맹국’이며, 이를 기반으로 북·러가 함께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시선을 돌리고, 미국 대선 전 북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를 겨냥한 성격도 보인다. 이번 발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이 발표된지 5시간여만에 진행됐다. 한·미는 이번 SCM에서 북한 핵 사용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한·미 연합연습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북한 핵에 대한 공동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북한에 대한 “위협과 도전”을 언급하며 “핵무력 강화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을 강조한 것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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