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상점 늘자…‘디지털 소외’ 고령층에 불편 집중

서울 종로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현금을 받지 않는 서비스가 확산하면 현금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한테 불편이 집중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경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과장과 박재빈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31일 발표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디지털 이해도와 현금 수요간의 관계’ 보고서에서,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는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비대면 결제’ 방식이 강제되는 상황에서도 현금을 계속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디지털 방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대한 설문 문항을 이용해 소비자를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분류한 뒤, 한은의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 및 지역별 금융기관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분포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회귀분석했다.

분석 결과, 팬데믹 기간 중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가 휴대 현금을 줄일 확률은 평균 16%로,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26%)보다 낮았다. 또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가 모바일 결제 등 비대면 금융서비스 이용을 늘릴 확률은 32%로,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소비자(46%)에 비해 낮았다. 보고서는 “시뮬레이션 결과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과 서비스가 늘어나면 디지털 이해도가 낮을수록 소비자 후생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며 “특히 여타 연령층보다 현금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의 소비자 후생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경태 과장은 “단기적으로는 현금 결제 수용성을 높이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을 도입할 때 디지털 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