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유아인과 비교? 양조위가 와도 똑같을 걸요”[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4. 10. 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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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철,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성철은 주저하지 않는다. 도전에 유연하고, 결과는 담담히 받아들인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지옥’ 시즌2(감독 연상호)에 합류한 것도 그의 타고난 승부 근성 때문이다. 시즌1 정진수 역을 맡은 유아인이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한 이후, 빈 자리를 채우고자 자진하고 나선 건 매우 용감한 선택이었다.

“그분과 비교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촬영 전부터 다짐하고 있었죠. 공개되면 한달 정도는 휴대전화를 꺼놔야겠다고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이미 연상호 감독이 수많은 기사 링크를 보내줘서 강제로 보고 있는데요. 이 자리엔 누가 와도, 아니 유명배우 양조위가 와도 비교당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왜 했느냐.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니까요. 종교가 지배하는 세계관 안에서 사람들의 사상을 움직이는 대통령인 거잖아요. 전무후무한 캐릭터라 꼭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김성철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남에서 ‘지옥2’를 촬영한 경험담과 연상호 감독에 대한 애정, 배우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김성철, 사진제공|넷플릭스



■“처음부터 열렬히 지지해준 연상호 감독, 그 사랑 때문에 더 열심히 해”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성철은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으로 분해 ‘지옥’ 이후의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연상호 감독은 첫 미팅부터 촬영 끝까지 절 열렬히 지지해줬어요. 작품을 할 때 감독이 사랑해줄수록 제가 연기를 더 열심히 하고 확신도 생기는데요. 연 감독은 그런 면에서 최고였어요. 또 애니메이터 출신이라 상상력도 풍부하고 우리가 그리지 못한 그림을 그리지만, 드라마는 현실적으로 푸는 걸 좋아해서 제게도 현실적인 연기 디렉션을 내려줬죠. 저한테 비범한 느낌을 내라고 강조했는데요. 표현하기 참 어려웠지만, 정진수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범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지옥2’ 속 배우 김성철,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즌1 정진수를 보기보다는 원작을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는 그다.

“연 감독이 합류하기 전에 ‘지옥’ 책을 선물해줬는데요. 책으로 보니 원작 만화 속 정진수의 얼굴이 저랑 좀 비슷하게 생긴 것 같더라고요. 물론 시즌1 정진수는 유아인의 해석으로 신선하게 탄생했지만, 이번엔 제 시선으로 조금 다르게 빚으려고 했죠.”

이 작품으로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정진수만 집중하더라도 거대해보이던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줬죠. 또 그가 누군가를 이용하는 과정은 이 현실 자체가 지옥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게끔 했고요. 지옥사자가 인간에게 고지를 내린다는 건 연 감독의 상상으로 시작된 세계관이지만, 결국엔 누구에게나 지옥은 존재할 것이고 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니 지금 사는 이 세상, 현생을 열심히 살자는 메시지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김성철, 사진제공|넷플릭스



■“나의 지옥? 흥행에 참패할 때”

제목을 비틀어 ‘김성철에게 지옥이란’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저의 지옥은 흥행에 참패할 때예요. 하하하. 전 ‘흥행 결과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해?’라고 말하는 배우들을 보면 좀 신기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전 배우라면 작품의 흥행 결과에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요? 투자금이 한두푼도 아니고요. 그래서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땐 정말 지옥처럼 느껴져요.”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엔 현명한 대답으로 대신한다.

“예전에 오디션을 볼 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어떤 감독이 물었던 적이 있어요. 제가 ‘백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 감독이 그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미지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더라. ‘얼굴을 알리고 나서 백지가 되어야지, 태초부터 백지면 그냥 백지밖에 못 된다’고 말하는데, 그걸 듣자마자 머리가 띵했어요. 맞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는 많겠지만 누가 써줘야지 뭔가를 백지에도 쓰지 않겠나. 이런 생각에 ‘우선 뭐라도 해보자’ 싶어 시작했던 게 짠내나는 캐릭터였죠. 그건 자신있었거든요. 이후 어느 정도 그런 이미지가 구축됐을 때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고, 그때 받은 작품이 영화 ‘올빼미’였어요. 결과적으로 ‘올빼미’에서 좋은 평을 받았고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역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올테니 아마도 못 본 얼굴을 보여줄 수 잇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들어요. 배우는 신선해야만 된다고 생각하는데, ‘김성철’ 했을 때 궁금해지는 배우라고 생각된다면 오래 살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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