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명예훼손' 위증죄 자처한 남욱, 여전히 석연찮은 대목은

장슬기 기자 2024. 10. 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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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증인 남욱 "'조우형 피의자' 증언은 위증" 처벌 자처…그럼에도 조우형 봐주기 의혹 해소 안돼
남욱, 2021년 11월 검찰 조사 때 '기사 보고 윤석열 커피 얘기했다'…실제 '윤석열 커피' 첫 보도는 2022년 2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3월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명예훼손(뉴스타파 vs 윤석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대장동 업자 남욱(변호사)이 자신이 과거 재판에서 위증했다고 인정했다. 과거 재판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이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당시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됐다'고 증언했는데 이것이 위증이란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증언한 남욱은 조우형이 2011년 대검 수사 당시 단순 참고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에서 다룬 '2011년 대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주임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가 있었는지' 여부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수사에서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지만 이후 2014년 경기경찰청 수사를 시작으로 2015년 수원지법에서 2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에서 열린 세 번째 공판(증인 남욱에 대한 피고인 측 신문)에서 김용진·한상진 측 변호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증인은 2022년 6월8일 곽상도(50억 뇌물 수수 관련)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조우형이 (2011년 당시) 참고인이 아니라 대검 중수부 피의자로 수사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김만배를 통해 박영수 (전) 고검장을 선임해 이후로는 참고인 수준으로 조사를 받아서 굉장히 안도했고, 증인이 (법정) 밖에서 (조우형을) 기다리면서 김만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나”라고 묻자 남욱은 “네”라고 답했다.

이어 신 변호사가 “증인이 변호사로서 경력과 수차례 형사 재판을 받은 경력에 비추어 보면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단순히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조사를 받았고 증언대로 김만배 소개를 토대로 (조우형이) 박영수를 변호사로 선임한 이후 수사가 무마돼 참고인으로 전환된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남욱은 “저 재판(곽상도 50억 수수 재판)에서도 항소심이 진행되면 말씀드릴 예정이고, 김만배-최윤길 수원(지법)사건에서도 초기에 진술을 한 이후 다시 증언하면서 '사실 허위진술한 게 맞다'고 얘기해 '위증으로 처벌하면 감수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기록을 보면 될 것”이라며 “(곽상도 재판) 부분도 항소심이 아직 진행이 안 되고 있는데 증언을 하게 되면 다시 정정해서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신 변호사가 재차 “이 증언은 허위증언, 위증이란 말이냐”고 묻자 남욱은 “네”라고 답했다.

▲ 지난 2022년 6월8일 곽상도 재판에서 증인 남욱의 발언 내용.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남욱이 이날 위증이라고 말한 2022년 6월8일 곽상도 재판 당시 발언은 다음과 같다.

검사가 “증인이 피고인 김만배가 법조계에 실제 영향력을 가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소위 조우형 사건이라고 진술을 했다. 그전까지는 긴가민가했는데 이 사실을 보고 나서 '이 사람 뭔가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다는데, 그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남욱은 “저축은행 사건이 일어나서 (대검) 중수부에서 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우형이 피의자가 돼 수사를 받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김만배를 통해서 박영수 고검장을 선임했고, 첫날은 조우형이 중수부에 가서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두려워했는데, 그 이후에 김만배의 조언, 그다음에 본인이 여러가지를 해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다음에 조우형이 수사를 받으러 갔는데, 처음 수사를 받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게 참고인 수준의 수사를 받고 나와서, 조우형이 두 번째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안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제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래서 (김만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남욱은 곽상도 재판 증언에서 '조우형이 피의자였다'는 부분만 번복했을 뿐 나머지 부분은 비슷한 취지로 윤석열 명예훼손 공판에서 진술했다.

29일 공판에서 신 변호사가 “증인은 김만배와 (2011년) 조우형이 조사받을 때 대법원 주차장에서 기다렸는데 단순 참고인에 불과한 조우형을 기다릴 이유가 있냐”고 묻자 남욱은 “추측입니다만 김만배는 광을 팔아서(자신의 역할을 과시해) 돈을 받으려 했을 것 같고 저는 조우형으로부터 풍동 사업을 인수해 대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나름대로 케어하려고 노력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판사가 “변호인의 질문은 그런 취지가 아니라 단순 참고인에 불과한데, 그냥 자기 아는 내용 진술하고 나오면 끝나는 것 아니냐, 피의자로 입건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왜 (김만배·남욱이)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거냐, 개인적 선호나 친소관계를 떠나서”라고 물었다.

이에 남욱은 “첫번째 조사 받을 때는 (무엇 때문에 조사받는지) 파악을 못하고 있었는데 (대검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조우형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었고 그때는 굉장히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전해들었다”며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받은 뒤) 두 번째 (조사)받을 때는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리지 않았다. 김만배가 '(대검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돼', 나한테도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얘기했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실제 나와서 정말 '커피를 타주더라'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두 날은 분위기가 달랐다”고 말했다.

남욱이 위증죄를 자처하며 2011년 대검 수사 당시 조우형이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이었다고 증언을 뒤집었지만 여전히 '남욱과 김만배가 참고인에 불과한 조우형이 조사받고 나오는 것을 기다린 점', '첫 조사때 검찰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 불과한 조우형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조사했고 조사 이후 조우형이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던 점' 등은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다. 조우형이 주요 피의자였기 때문에 검찰도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했고, 남욱과 김만배도 조우형을 걱정하며 대검 앞에서 기다렸다는 게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남욱 증언 중 사실관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 또 발견됐다.

지난 22일 두 번째 공판에서 남욱은 '2021년 11월19일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이 언론보도에 나왔다'고 증언했다. 당시 검사가 “김만배가 증인에게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부분을 얘기하라고 당부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남욱은 “당시 기사를 보면서 느낀 건데 '윤석열 커피' 얘기가 복잡한 (다른) 내용보다 국민들한테 '이게 진짜 윤석열과 대장동이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임팩트를 많이 줬던 것 같다. 저희가 (2021년) 9월에 얘기할 때 커피 얘기가 부각되지 않았는데 기사에서 계속 커피 얘기를 하고 국민들이 커피에 대해 '이거 진짜 윤석열과 (대장동이) 관련 있는 거 아니야'라고 점점 부각이 되고 이슈가 됐기 때문에 10월에는 김만배가 나한테 이걸(윤석열이 커피 타줬다는 얘기) 강조했다”고 말했다.

29일 세 번째 공판에서 신학림 측 강병국 변호사가 “언론보도를 보면 2021년 10월 윤석열 커피는 이슈가 된 적이 없다. 2022년 2월 JTBC 보도가 처음이다. 착오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판사도 “2021년 11월19일 조사 받을 당시 윤석열 커피가 이슈가 돼 진술했다고 증인이 설명한 게 나오는데 11월19일자 기준으로 윤석열 커피가 이슈가 안돼 있던 상태라는 것”이라며 “이슈가 된 것은 2022년 2월 경인데 왜 11월19일 조사받을 때 커피가 이슈가 됐다는 말을 했냐”고 물었다.

▲ 이른바 '윤석열 커피' 이야기가 처음 언론에 보도된 건 2022년 2월21일자 JTBC 기사다. JTBC는 2021년 11월19일자 남욱의 검찰조서 내용에 나온 '윤석열 커피' 이야기를 단독 보도했다. 사진=JTBC 화면 갈무리

그러자 남욱은 “11월19일 조사 직전에 언론에서 비슷한 얘기가 나왔고 그래서 검사가 언론에 얘기가 나오니 중간에 물어본 것”이라며 “언론에서 저 얘기 등장하고 나서 9월부터 (내가) 김만배와 했던 얘기(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 타줬다는 얘기)가 있으니 진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나오는 모든 기사를 다 찾아봤는데 그런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고 했다.

신인수 변호사도 이날 공판에서 “증인의 증언을 듣고 급하게 기사 검색을 해봤는데 2021년 11월19일 이전에는 '윤석열 커피'가 검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욱은 “검사가 갑자기 그날 조서에 그걸(윤석열 커피 이야기) 담았다”며 “내 기억에 (내가) 구속돼 있었으니 뉴스를 계속 볼 수 없었다. 그러면 커피가 아니라 윤석열 문제, 부산저축은행의 문제였는지 그것까지 제가 기억을 잘 못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슈가 돼서 나한테 뜬금없이 검사가 윤석열 이 얘기(커피 얘기)를 물어봤다”고 했다.

지난 22일 검찰 증인신문 때는 2021년 11월19일 검찰 조사 당시 '언론보도를 보고 윤석열 커피 이야기를 했다'고 증언했다가 29일 피고인 증인신문에서 당시 언론에 윤석열 커피 이야기가 없다고 하자 '검사가 물어서 얘기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실제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사 당시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남욱의 2021년 11월19일자 검찰 조서내용이 처음 언론에 나온 건 JTBC 2022년 2월21일자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정영학 녹취록서 등장>이란 리포트에서다. 당시 이 리포트를 보도한 봉지욱 현 뉴스타파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2021년 11월19일 검찰 조사 당시 윤석열 커피 이야기를 언론에서 보고 진술했다는 남욱 증언'에 대해 “거짓”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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