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ICBM, 적 대응 의지"…북한, 한미 예상 깨고 기습발사
尹 "北의 어떤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 지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12축(좌우 12개씩 총 24개 바퀴)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한미 정보망을 뚫고 ICBM을 기습 발사한 것은 북한이 주장해 온 '임의의 시각에 신속 발사'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한 러북 간 불법적인 기술이전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북한군이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고각이 아닌 정상각(30~45도)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를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아래 북한의 다양한 활동을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국방장관은 미국 측 전략자산 전개 아래 연합훈련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 동맹의 대응의지를 현시하기로 했다"며 "이번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서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과 과학·기술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우리 군은 이날 북한이 ICBM을 새로운 12축 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초기 판단한 것으로는 (북한이) 신형 고체 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에 북한이 공개했던 12축짜리 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이 기존의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 개량형일지 전혀 다른 새 ICBM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은 미사일의 최고 고도와 비행 시간 등 세부 제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측과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발사한 ICBM의 비행시간은 86분, 최고 고도는 7000㎞ 이상이다.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북한의 ICBM은 사거리만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그동안 7000㎞ 이하로 ICBM을 발사했는데 이날 이보다 사거리를 더 늘려 미국 등에 군사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한미 군 정보당국의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국방부 직속 국방정보본부는 지난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TEL 준비가 끝나 특정 지역에 배치됐으나 ICBM 등이 거치대에 장착된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ICBM 발사 시점이 언제든 가능하지만 다음달 정도로 예측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도 마찬가지 전망이었다.
북한이 전날 우리 언론 보도를 접하고 허를 찌르기 위해 발사 시점을 앞당겼을 가능성도 일부 제기된다. 북한의 신속발사는 고체연료 사용으로 인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 주입시간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발사가 가능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포착 직후 윤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떤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례적으로 ICBM 발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북한)의 안전을 위협해 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최근에 목격하고 있는 적수들의 위험한 핵동맹 강화책동과 각양각태의 모험주의적인 군사활동들은 우리의 핵무력 강화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다"며 "우리는 그 어떤 위협이 국가의 안전 영향권에 접근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안전 상황과 가증되는 전망적인 위협과 도전들은 우리로 하여금 현대적인 전략공격무력을 계속 강화해나가며 핵대응 태세를 더욱 완벽하게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핵무력 강화 로선(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도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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