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 PS에서 언제나 아쉬움을 되갚아줬던 삼성 원태인 “다시는 이 슬픔을 기억하지 말자”

김하진 기자 2024. 10. 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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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삼성 원태인. 광주 | 김하진 기자



한국시리즈 5차전을 바라보는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원태인(24)은 지난 28일 광주구장에서 끝난 한국시리즈 5차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보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삼성은 이날 5-7로 패배하면서 9년만의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쳤다. 원태인의 첫 한국시리즈도 이렇게 끝났다.

정규시즌 15승(6패)을 올리며 데뷔 후 처음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따낸 원태인은 가을야구에서도 호투를 이어갔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6.2이닝 1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1차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비로 경기가 중단됐고 4차전에 설욕을 꿈꿨으나 2.1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경기 후에는 어깨 부상 진단을 받았다.

한국시리즈를 마친 후 원태인은 “아쉬운 마음이 크고 분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고 경기가 끝났을 때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라고 말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면서도 “우리 너무 잘 해왔다. 안 좋은 평가 속에서도 기적을 써왔다고 많이들 이야기해주신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뿌듯했던 시즌”이라며 “다같이 원했던 마지막 장면은 아니었지만 너무 행복했고 재미있었던 시즌”이라고 자평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원태인은 “스스로에게도, 팀에게도 핑계대고 싶지 않지만 아쉬운건 맞다”라며 “정말 좋은 분위기 속에서 피칭하고 있었고 한국시리즈 첫 투구였으니까 속 시원하게 마무리하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던 4차전에 대해서는 “내 능력 부족이었다”라며 “한 경기만 더 버티면 된다라는 생각도 있었고 정말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경기 중에 ‘이렇게까지 몸이 안 따라줄 수가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 전에는 아픈 게 없었다. 그냥 포스트시즌 2경기를 던져서 정규시즌과는 다른 에너지를 썼구나라고만 느꼈는데 경기 중 이상함을 느껴서 크게 다치기 전에 트레이너와 상의했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경기 역시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다. 원태인은 “마지막 경기를 내가 잘 던지고 싶었지만 아쉽게 끝나서 스스로 아쉽다”고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 후 선수단 미팅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선배들을 보며 울컥했다. 동시에 동기부여도 생겼다. 원태인은 “이런 기분을 최대한 내년에는 안 느끼고 싶다. 내년에는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하는 동기부여가 또 하나 생겼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다시는 이렇게 슬픔을 기억하지 말자, 다음에는 다 같이 웃으면서 끝내자”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나 아쉬운 마음을 설욕해왔던 원태인이기에 더 큰 꿈이 생겼다. 원태인은 첫 국가대표, 첫 포스트시즌 등판을 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원태인은 당시 4경기 동안 5.1이닝 5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당시의 경험을 교훈 삼아 더 발전했고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물론 9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즌 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에도 참가하는 국가대표 단골 선수가 됐다.

가을야구에서도 그랬다. 2021년 KT와의 1위 결정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2안타 2볼넷 8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지만 1위 자리를 KT에게 내줬던 원태인은 그 해 플레이오프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해 1.1이닝 2실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에는 큰 경기에서도 강하다라는 인상을 다시 한번 심어줬다.

이렇게 항상 과거의 아쉬움을 되갚아줘왔던 원태인이기에 다음 한국시리즈에서의 등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원태인은 “항상 복수를 하고 싶고, 설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이렇게 좋은 무대에서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이런 감정이 또 다시 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장 있을 내년 시즌 준비를 잘 할 것이다. 저 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이 분명히 심어졌다고 생각을 한다. 내년에는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우승보다는 가을야구를 목표로 했는데 이만큼 왔다”라며 “내년에는 정말 우승을 목표로 달려가면 좀 더 좋은 시즌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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