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배시은 기자 2024. 10. 3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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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두 달 전에도 회식 중 강제추행
군인권센터, 국수본에 고발장 제출
“군, 이예람 사건 겪고도 대응 미온적”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왼쪽)이 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시은 기자

공군에서 영관급 장교가 술자리 회식 뒤 관사에서 위관급 여성 장교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공군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알리고 군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군성폭력상담소가 공개한 상담 내용을 보면 피해자는 공군 제17비행단에 근무한 여군 A소위이며, 가해자는 피해자의 직속 상관인 전대장 B대령이었다.

군성폭력상담소가 파악한 바를 보면, 피해자 A소위와 가해자 B대령 등 간부 5명은 지난 24일 회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대령이 2차 술자리를 제안하자 A소위의 하급자가 난색을 표하며 A소위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A소위가 B대령을 ‘관사에 데려다주겠다’며 데리고 가 술자리를 마쳤다고 한다. B대령은 A소위에게 관사로 함께 들어갈 것을 요구했고, A소위는 회식 자리에 참여했던 다른 간부들에게 ‘도와달라’라는 문자를 보내고 관사로 들어갔다. 자기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A소위에게 B대령은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소위가 “저는 전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입니다. 아내분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거부했으나 B대령의 성폭행 시도는 계속됐고, A소위는 신발도 못 신은 채 도망쳤다고 했다.

사건 발생 직후 A소위는 다른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B대령은 근무지가 바뀌어 분리 조처됐지만, 이후에도 2차 가해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A소위는 함께 회식에 참석했던 간부들로부터 “B대령이 ‘A소위가 술에 취해 유혹했다’ 식의 답변을 하도록 압박하고 이를 녹취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B대령은 지난 8월에도 회식 자리에서 A소위를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추는 등 강제추행을 한 것을 전해졌다. 군성폭력상담소는 B대령이 A소위에게 “내가 이렇게 잘 봐주는데 부모님께서 비싼 선물은 안 주시냐”며 뇌물을 요구한 적도 있다고 했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로서 공군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로 일상생활이 힘든 지경이고, 자신의 삶 자체를 부정당한 것 같아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이예람 중사가 사망하고 창군 역사상 처음으로 특검이 단행됐음에도 군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사건이 벌어지고 일주일이 돼가는데도 단순 물리적 공간에 관한 분리만 했을 뿐, 피해자 편에 서서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오후 1시30분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임 소장은 “추가적인 2차 피해와 진술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어서 경찰에 구속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은 “사건 인지 즉시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 조치하였으며 피해자가 민간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조력해왔다”며 “부대는 2차 피해 예방, 피해자 상담 지원 등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해당 사건에 대한 민간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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