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처 "의료공백 수습에 건보 재정 과도하게 투입…대책 필요'"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 정원 증원, 의료개혁을 추진한 후 벌어진 의료공백을 수습하느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이 때문에 건강보험 준비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곧 소진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 12대 분야별 재원 배분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677조4000억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보건·복지·고용으로 총 249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의 예산은 올해 237조6000억원에서 약 20조8000억원(3.2%) 증가해 12대 분야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2025년도 보건의료 분야 예산안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건의료 부문의 경우 증가폭으로는 4951억원으로 가장 작은 규모이나 올해 대비 11.2%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보건의료 부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이유는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확충을 위해 재정 투자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 부분 지출 계획으로 올해는 4조4125억원, 내년에는 4조9076억원, 2026년 5조1177억원, 2027년 5조1228억원, 2028년 4조7792억원 등을 지출하기로 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약 2%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의료개혁 정책 추진 시 국가재정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병행해 투입한다는 계획으로, 난이도와 업무강도가 높아 공급이 부족한 분야(중증, 고난도, 응급 등) 및 의료수요 감소로 인해 인프라 유지가 어려운 분야(소아, 분만, 의료취약지 등)의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하고, 의료기관 및 전문가 간의 연계 및 협력체계 개선을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은 인구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등으로 지출은 늘고 저출생 등으로 수입은 정체되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도 건강보험 당기 수지는 오는 2026년부터 적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2024~2033년 NABO 중기재정전망'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오는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31년 누적 준비금 소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국회예상정책처는 "정부 지원금을 제외할 경우 당기수지 흑자로 전환된 최근 3년간(2021~2023년) 실질 재정수지는 평균 약 6조8000억원 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정부-의료계 갈등으로 야기된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비상진료체계 운영 및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게 선지급금 투입분 등으로 올해 9월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약 2조원을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건강보험 재정 전망 결과 및 실질적인 재정수지 현황 등을 고려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과 관련해 국가재정 외에 건강보험 재정 투입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인 바, 건강보험 지출의 증가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 이를 충당하는 비용은 보험료와 조세를 납부하는 가입자 및 일반 국민에게 이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의료공백 사태 대응을 위해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 규모, 향후 의료개혁 추진 및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에 대한 건보 재정 투입 계획을 고려한다면 건보 당기수지 적자 전환 시점 및 누적준비금 소진 시점이 에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 대응 및 의료개혁 과제 추진시 건강보험 재정을 과도하게 투입하기보다는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을 거친 후 국가재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적절한 통제방안 마련을 검토하는 등 국민들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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