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장 기대 못미치는 실적…HBM 공급 기대는 커져(종합)
엔비디아 HBM3E 퀄 중요 단계 넘어…유의미한 진전
HBM4 계획대로 내년 하반기 양산…AI 집중 투자 계획
[이데일리 김소연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3분기 성적을 냈다. 다만 인공지능(AI) 사이클에서 수요가 높은 고부가 제품 위주로 대응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3분기에 역대 최대 금액인 8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퀄테스트를 진행 중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하면서 엔비디아향 HBM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 79조 1000억원, 영업이익 9조 18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은 17.35%, 영업이익은 277.37% 뛰었다. 매출액은 역대 분기 중 최대치를 달성했다. 기존 최대는 2022년 1분기 77조 7800억원이다. 레거시(구공정) 메모리의 가격 저하와 HBM 경쟁력 확보 지연에 반도체(DS)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보다 낮은 3조 86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DS 영업이익을 4조원대로 예상했으나 이보다는 더 낮은 성적을 냈다.
메모리 사업은 AI 및 서버용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HBM △DDR5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판매가 늘었다. 다만 전분기 대비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달러 약세에 따른 환영향 등으로 메모리 사업 이익은 감소했다. 1조원대로 추정되는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과 1조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등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모리 사업부 이익은 최대 7조원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8일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고개를 숙인 바 있다.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메시지를 내고 지금의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쇄신의 의지를 보였다. 기술 경쟁력 우려 등 시장에 퍼지고 있는 삼성 위기론을 조기에 불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번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HBM 5세대인 HBM3E에 대해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AI 반도체 시장 큰 손인 엔비디아의 HBM3E 퀄 테스트 통과가 지연되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HBM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회사 계획과 달리 퀄 테스트 통과 시기가 늦어지면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전체 HBM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며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HBM3E 공급 확대가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복수 고객사향으로 HBM3E 8단과 12단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내에 해당 제품의 양산화를 위해 고객사와 일정을 협의 중이다. 기존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계획대로 HBM4도 내년 하반기 개발과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고 진행 상황을 알렸다. 김 부사장은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부·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D 투자는 지속 집행…파운드리는 투자축소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시설투자에 12조 40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사업별로 보면 반도체(DS) 부문이 10조 7000억원, 디스플레이가 1조원이다. 연간 시설 투자는 전년 대비 3조 6000억원 증가한 56조 7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 중 DS가 47조 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 디스플레이가 5조 6000억원 으로 전년 대비 증가가 예상된다.
회사는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줄이고 메모리 투자 규모는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는 시황과 연계된 탄력적 설비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고전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는 시황을 판단하고,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투자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영업이익이 6조원대 중반에 그쳤던 작년에도 R&D 투자에는 28조원 이상 투자했다. 올해 3분기 역시 역대 최대 금액인 8조 8700억원을 R&D 투자에 집행하는 등 매 분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고성능 메모리·서버 관련 제품 등 미래 지향적인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기흥 사업장에 건설 중인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에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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