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드민턴 회장 뿔났다 "문체부 해임 요구? 나도 인권위에 제소할 것"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택규 회장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임을 요구했다. 협회 직원들에 대한 폭언 및 욕설과 관련해서는 관계 기관에 신고했고, 이른바 '페이백'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 점검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이정우 체육국장이 나와 최종 브리핑을 진행했다.
특히 김 회장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횡령·배임 혐의로 김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 송파경찰서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회장 해임과 사무처장 중징계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요구했다.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인 승강제 리그에 사용할 셔틀콕 등을 구입하면서 구두 계약을 통해 따로 약 1억5000만 원 규모의 물품을 받았다. 협회 공식 후원업체인 요넥스에 원가로 용품을 구입하고 추가로 받은 이른바 페이백이다. 올해도 약 1억4000만 원 용품을 따로 받기로 서면 계약했다.
문체부는 이 후원 용품은 공식 절차 없이 김 회장의 의사에 따라 임의로 시도협회에 분배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는 협회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회장을 맡은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000만 원 상당의 용품이 지급됐다.
이에 문체부는 보조금법 위반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해 받은 1억5000만 원의 반환을 명령했고, 제재 부가금 4억5000만 원도 부과했다. 올해 1억4000만 원에 대해서도 사업 정산 뒤 반환액이 확정된다.
문체부 발표에 대해 김 회장은 크게 반발했다. 김 회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문체부 발표를 중계 화면을 통해 봤다"면서 "저렇게 말을 해도 되나 할 정도로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보조금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체육회 규정에 따랐고, 특히 문체부에서 재작년, 작년 승인한 사업인데 올해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용품 구입에 입찰을 했느냐의 문제인데 문체부와 체육회도 그렇게 수의 계약을 해왔다"면서 "문체부가 승인, 검사는 물론 시스템에 등록해줬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항변했다.
해임 요구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사실에 입각해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해임을 요구해야지 의혹만 갖고 하면 되느냐"면서 "수사를 의뢰한다고 했는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 요구는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도 물론 잘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겠다"면서도 "하지만 의혹만 갖고 저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에 대한 고발도 검토 중이다. 김 회장은 "문체부 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조사와 관련해서다. 문체부는 이날 김 회장의 대면 조사를 지난달 26일 실시하려 했지만 본인이 거부 의사를 밝혀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문체부에서 면담이라고 했는데 5명이 와서 아예 취조실을 만들어놨더라"면서 "직원 신분증도 없이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문체부 직원이 '물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커피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화장실 가고 싶으면 가고, 약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됩니다'고 하더라"면서 "죄인 취급하듯이 그런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회장은 또 "발표를 보고 인권위 제소를 결정하려 했지만 오늘 브리핑은 깎아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작정하고 싸우자는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김 회장은 문체부의 요구에 이의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오늘 발표를 보니 한 달의 이의 신청 기간을 준다고 하더라"면서 "서류가 준비되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날 "협회가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자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 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와 협회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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