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협회장 해임요구·수사의뢰 문체부..안세영 요구대로 다 바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김택규 한국배드민턴협회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김 회장 외에도 배드민턴협회 사무처장에 대한 중징계도 요구했으며 미이행시 시정명령 등 추가조치를 예고했다.
문체부는 31일 오전 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진행한 두달여 간의 사무검사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배드민턴협회 임원들의 후원 물품 횡령과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미 관할서인 송파경찰서에 지난 29일 수사를 의뢰했다고도 했다. 여기에 지난 28일에는 김 회장이 올 4월초 배트민턴협회 워크숍 식사 자리에서 욕설과 폭언을 하고, 운전 수행 등 과도한 의전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관계기관에 신고했다.
문체부는 이와 별도로 배드민턴협회의 '보조금법' 위반 사항에 대한 보조금 환수 사전 절차로 전날(3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보조금 부정수급위원회 심의를 거쳐, 반환액과 제재부가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안세영 선수가 요구했던 부조리한 관행 혁신과 선수 지원 확대 등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개선책을 마련했다. 부상관리와 선수촌 의료, 선수촌 생활, 맞춤 훈련, 개인 트레이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안 선수 등 국가대표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우선 선수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선수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충북 진천선수촌의 진료 공간을 확대하는 등 의료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안 선수가 폭로했던 선수단 내 부조리한 선후배 문화도 개선키로 했다. 주말과 공휴일 외출·외박을 보장하고 청소·빨래 후배 전담 등의 잘못된 문화를 바꾸기로 했다.
특히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4월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의무화한 주 4회 새벽훈련과 월 2회 산악훈련은 사실상 폐지하고, 각 종목별로 선수단 의견을 반영해 상황에 맞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운영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배드민턴을 비롯한 모든 종목에서 국가대표 훈련 시 선수 개인 트레이너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곧바로 입촌하지 않고 일정 기간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다 출전을 호소한 안 선수 등 1진 선수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회 등급에 따라 1진과 2진 선수들을 전략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기로 했다.
안 선수가 요구했던 국제대회 출전 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그간 배드민턴협회에만 있던 규제를 폐지해 국가대표 선수가 소속팀 지원 등 자비로 해외 리그나 초청 경기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허용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나이(남 28세·여 27세) 이상인 비국가대표 선수만 국제대회를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폐지키로 했다.
문제가 된 후원 계약도 선수 권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 신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에 선수 개인의 후원사 로고가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노출할 수 있는 5개 로고 중 1개는 선수의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인 셔틀콕에 대해선 지정도 해제하기로 했다. '경기시설 및 용품 공인규정'에 따르면 협회 임원이 재직 중인 업체의 용품은 공인 시 제척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간 배드민턴협회는 이사가 감독으로 재직 중인 업체의 용품을 공인 셔틀콕으로 지정해왔다.
문체부는 아울러 배드민턴 복식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개선해 실력 우선의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했다. 배드민턴 선수 연봉과 계약기간도 바꿔 △연봉 학력 차별 폐지 △계약기간 축소 △연봉인상률 제한 폐지 △우수 선수에 대한 최고연봉과 계약기간 예외 인정 등 선수들의 요구대로 개선키로 했다.
배드민턴협회 난맥상을 풀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협회 정관을 위반해 일부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의 반납을 요구하고, 협회에 자체예산 방만 사용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문체부 조사단장인 이정우 체육국장은 "국가대표 지원 강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것들인데, 이제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다른 종목 선수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얘기해달라"며 "꼭 살펴보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배드민턴협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자정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과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의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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