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앞두고 날벼락”…시중은행 대출 제한 연장에 둔촌주공 잔금 마련 비상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10. 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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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안하고
농협 주담대 최장만기 40→30년 축소
둔촌 조합, 잔금대출 2금융도 접촉
입주를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와
서울의 한 거리에 주요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김호영 기자]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계속 조이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가까스로 진정된 가계대출 증가세가 언제 다시 과열될지 알 수 없다고 보고, 연말까지 대출 억제 대책을 지속해서 추진할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매입)를 막고 실수요 위주로 대출하기 위해 이 조치를 실행하면서 10월 말까지 한시적 운영을 예고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 측면에서 아직 가계대출 수요 억제 조치를 완화하기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주요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행) 가운데 하나은행만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해 운용하기로 했다. 다만, 잔금 대출이나 디딤돌 대출 등은 제외한다.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1월 말까지 가계대출 중도 상환 해약금을 전액 감면한다. 중도 상환 부담을 낮춰 대출 총량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금리를 1.0∼1.9%p 낮춘 데 이어 연말까지 인터넷,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설정했다. 각 모집인이 유치해오는 대출 규모를 일정 수준이 넘지 않도록 제한한 것이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전경 [사진 = 현대건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에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아파트로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임차인들의 전세대출이 제한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며 전세를 내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려는 입주 예정자들이 많다.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는 은행이 늘어나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 제한을 연장하면서 “별도 통보시까지” 대출 제한 시점을 못 박았다. 우리·농협은행은 모든 주택에 대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일괄 제한하고 있다. 일반 분양자가 전세 임차인을 구하고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는 당일 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예외 조건이 있다. 대출 실행일 전일까지 임대인이 분양대금을 완납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대출을 실행해 준다. 다만,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려는 경우 갭투자성으로 보고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당초 신축 아파트의 경우 이미 청약·재개발 등에 따른 분양권 취득 등을 통해 이미 수년 전 소유권을 취득하는 계약을 한 상태로 보고 별도 제한은 두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추가 대출 정책을 통해 신축 아파트에 대한 조건부 전세대출도 중단했다. 직장이전,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등 실수요자를 제외했다.

하나은행은 별도로 조건부 전세대출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대출 조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둔촌 주공은 입주 관련 대출만 3조원에 달해 연말 대출 한도 여력이 없는 은행들이 잔금대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도 “내년 3월 입주기한 전에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조건부 전세대출과 잔금대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합측은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뿐만 아니라, 강동농협에 이어 신협 등 상호금융권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 연초 새로 여신한도가 생기길 기대하며 내년까지 입주를 미루는 입주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의 입주 기한은 내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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