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향한 '쇼케이스' 강도 높인 북한…선명해진 협상 카드

정윤영 기자 2024. 10.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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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워싱턴을 향한 도발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사회의 주목도를 높인 뒤 이뤄진 고강도 '핵 위협' 도발은 미국을 향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31일 제기된다.

북한의 일련의 핵능력 과시 도발은 이같은 국가적 과업이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도발의 시기를 미국 대선에 맞춰 정치외교적 메시지의 내용과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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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시설·전략미사일 기지 첫 공개하고 '결과물' ICBM 발사 단행
美 대선 앞 몸값 높이기…'김정은 패착' 의견도
ⓒ News1 DB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워싱턴을 향한 도발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사회의 주목도를 높인 뒤 이뤄진 고강도 '핵 위협' 도발은 미국을 향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31일 제기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등 북한의 전략무기가 있는 전략미사일 기지를 처음 공개하는가 하면,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도 올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같은 핵능력 고도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ICBM의 시험발사는 북한이 개발하는 핵무기의 타깃이 워싱턴임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북한이 이날 새벽에 동해상으로 발사한 ICBM은 발사했는데, 약 86분을 비행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1만 5000㎞를 안정적으로 날아가 미국 본토에 떨어뜨려야 할 미사일의 성능 개발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김정은 총비서는 각종 핵시설 및 미사일 기지 시찰과 정권수립기념일(9·9절) 등 올해 주요 계기에 핵능력 고도화 방침을 천명하면서 이것이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의 일련의 핵능력 과시 도발은 이같은 국가적 과업이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도발의 시기를 미국 대선에 맞춰 정치외교적 메시지의 내용과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그리는 청사진의 실체는 명확하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지난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에 이어 '핵 단추 싸움'을 거쳐 결국 비핵화 협상을 열었던 '전례'를 재연하려 들 수도 있다. 국제사회, 미국을 상대로 한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려 이를 경제적 보상과 바꾼다는 과거 전략을 '업그레이드'해 전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다시 대선에서 승리해도 결국은 '협상'을 준비할 수밖에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핵능력을 보유해 차기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도 미국을 움직여보겠다는 계산일 수도 있다. 러시아와의 강한 군사적 밀착 역시 몸값 높이기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대선이 임박해서 자신들의 핵무기 고도화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고 미국이 상대하는 국가가 '핵보유국'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려는 것"이라면서 "그런 맥락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보복 억제력을 끊임없이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셈법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뜩이나 북러 간 군사적 밀착 강화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으로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용 핵 과시는 결국 국제사회의 대응도 '업그레이드' 시켜 북한을 향한 '새로운 방식'의 제재 등 악재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타이밍상 북한은 당연히 미 대선을 겨냥했다고 판단이 되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대미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 내부에선 더욱 강경한 대북 정책과 제재 수립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만 나올 뿐, 최소한의 협상도 쉽게 시작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트럼프의 방식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라며 "북한이 위협을 고조하기 때문이 아니라 힘을 통한 현상 변경으로 북한을 압도하는, 김정은이 '두 손을 들고 나오는' 형태가 돼야 '트럼프식 협상'이 성사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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