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자녀가 설계사?…보험가입 조건 부당 수수료 지급한 대리점 적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되며 보험법인대리점(GA)이 보험을 판 뒤 보험설계사 자격도 없는 대표이사 자녀 등에 거액의 부당 수수료를 지급한 사례 등이 대거 적발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오늘(31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영인정기보험을 취급한 4개 보험법인대리점(GA)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GA라고 불리는 이들 대리점은 550건의 보험을 모집하며 보험 모집 자격이 없는 179명에게 72억 원, 1인당 약 4천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보면 한 보험대리점은 중소기업 대표이사에게 자녀를 설계사로 등록한 뒤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하면 거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며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대표이사 자녀는 설계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지만 해당 보험대리점은 모집 수수료 4,5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9건의 보험계약과 관련해 계약자와 피보험자인 중소기업 등에 직접 금전을 제공하거나 중소기업의 노무·세무 등 용역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 등 약 6억 원의 이익을 제공한 보험법인대리점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중소기업이 경영진의 유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대표이사(CEO) 등을 피보험자로 가입하는 보장성 보험으로, 판매 경쟁이 붙으며 업계에서는 '높은 환급률'과 '절세효과' 등을 강조해 영업을 확대해 왔습니다.

특히 법인 대표이사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설계사로 위촉한 뒤 법인과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모집 수수료를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하는 변칙적인 영업방식도 성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금감원이 현장검사로 이를 확인했습니다.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한 법인의 경우 세법상 요건을 충족하면 납부한 보험료를 비용으로 인정받아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비용 인정 등 절세와 무관한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경영인정기보험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또 최근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되며 상품구조나 정책이 설계사의 차익거래나 특별이익 제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과당경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앞으로 개인(개인사업자) 판매 비중이 높거나 차익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생명보험사와 보험법인대리점을 연계해 입체적으로 검사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상 허용하는 최대 수준의 제재를 내릴 방침입니다.

또 경영인정기보험과 관련한 불완전판매를 방지할 수 있도록 개인 대상 판매 제한이나 설명자료 개선 등 내부통제 강화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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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영 기자 (belles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