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윤 대통령 공천 지시 안 했다…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

유새슬 기자 2024. 10. 31. 11: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과 윤상현”
2022년 6·1 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 전면 부인
“대선 국면에서 관계 끊었다”더니…거짓 해명 논란
대통령실 “취임식 전날 축하 전화 어떻게 거절하나”

대통령실은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육성이 공개되자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부터는 명씨와 관계를 끊었다던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짓 해명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22년 6·1 보궐선거)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와 윤상현 공관위원장이었다”면서 “윤석열 (당시)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명씨가 2022년 5월 9일 통화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다만 “윤 당선인과 명태균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의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당시 당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 공천으로 결정했다”며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의 경우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고 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거론했다. 대통령실은 “이준석 (당시) 당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에서의 전략공천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면서 보궐선거를 공관위가 주도했다는 취지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첨부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31일 국회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 대통령 취임식(2022년 5월 10일) 하루 전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경선 막바지부터 명씨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이 2021년 6월29일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직후 명씨를 소개받아 알게 됐는데 경선 막바지쯤 주위의 조언을 얻어 명씨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서도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정치인이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이날 음성 파일 공개로 대통령실의 주장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대통령실은 음성 파일 공개 뒤에도 명씨와의 관계가 이미 끊어졌지만 취임 축하 전화를 받은 것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고위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 경선 국면부터 윤 대통령이 명씨와 연락을 끊었고 대선 본선에서는 전혀 소통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당시(취임 전날) 축하 전화를 100통 이상은 받은 것 같다. 취임 축하 전화가 온 것을 어떻게 다 거절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녹취가 이날 공개되기 전에는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9일 명씨와 통화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것이 단순한 호응 차원의 발언이었다는 해명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이미 가장 경쟁력이 높은 후보자였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명씨는 오히려 이준석 당시 당 대표, 윤상현 당시 공관위원장과 더 먼저 알고 더 친한 사이였는데 굳이 대통령한테 부탁할 이유가 뭐가 있었겠나”라며 “명씨가 김 전 의원을 민 게 소문나있으니까 윤 대통령이 듣기 좋은 소리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22년 5월9일 명씨와 가진 통화 음성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에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통화 다음 날인 5월10일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공천을 확정받았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