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수소 신념 담았다… 현대차, 콘셉트카 ‘이니시움’ 공개

장재훈 현대차 사장 “도요타뿐 아니라 어디와도 협력할 것”
수소 사업, 정몽구 명예회장이 시작해 정의선 회장이 박차

현대차가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31일 최초 공개했다. 이니시움은 라틴어로 시작을 뜻하며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27년간 수소전기차 개발에 매진한 신념이 담겨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오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클리얼리 커미티드(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에 참석해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일뿐 아니라 접근성이 좋은 공평한 에너지”라며 “현대차는 수소의 가치에 대한 올곧은 신념이 있었기에 27년간 흔들림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과 임원들이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재훈 사장, 김창환 전무, 이상엽 부사장, 정진환 상무. /뉴스1

이날 공개된 이니시움은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선보이는 승용 수소전기차의 상품과 디자인 방향성을 담은 콘셉트 모델이다. 현대차는 이니시움에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 중 하나인 ‘아트 오브 스틸’을 반영했다. 스틸(철)의 탄성에서 오는 강인함 등을 강조해 수소가 가진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본성을 녹여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특히 램프 디자인에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의 심벌을 형상화했다. 수소전기차의 강점을 살리고 여유로운 공간과 차별화된 사양을 갖춘 것도 이니시움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이니시움은 안전하면서도 청정한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니시움의 성능도 뛰어나다고 현대차는 전했다. 수소탱크 저장 용량을 늘리고, 공기역학적 휠을 적용해 650㎞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또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 향상으로 최대 150kW의 모터 출력을 구현했다. 또 시트 등받이 각도·뒷문 열림 각도를 증대해 넓은 2열 공간을 갖췄다. 야외 활동 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도 탑재했다.

2000년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을 체결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며 수소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0년 미국 연료전지 전문 업체 UTC 파워와 함께 수소전기차를 처음 선보였고, 2004년 독자 개발 스택을 탑재한 수소전기차를 개발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ix 퓨얼셀’를 선보였고,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를 출시한 바 있다.

수소전기차 개발이 본격 시작된 건 지난 2005년이다. 정 명예회장이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를 찾아 연구원들의 도전에 용기를 불어넣으면서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한번 만들어서는 절대 잘 만들 수 없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돈 아낀다 똑같은 차 100대 만들 필요는 없다. 100대가 다 다른 차가 돼도 좋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수소에 대한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CES에서 HTWO를 발표하며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등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그리드 비전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수소 에너지 전환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수소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이날 수소 헤리티지 토크 세션을 마련하고 수소전기차 개발 역사를 공유했다. 이외에도 이날 ‘수소 헤리티지 전시’ 공간도 마련했다. 이 공간에는 수소 시험차와 투싼ix 퓨얼셀, 넥쏘 등이 전시됐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공동 수소 사업을 강조했다. 장 사장은 이날 행사 후 취재진에게 “수소 관련해선 도요타에 배워야 할 부분도 많다”며 “이제는 경계 없이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은 도요타뿐만 아니라 어디와도 (협업)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럴모터스(GM)와도 가능하다면 해야 한다”며 “수소에 대해서는 협업이 정답”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수소 사업의 첫 번째 파트너는 도요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요타는 1970년대부터 수소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고 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함께 개최한 현대차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행사에서 도요타는 수소차를 전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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