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실점 전부 비자책점' 집단 실책 붕괴…4466억 에이스는 108구 핏빛 투혼으로 답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에이스다운 호투를 이어 가다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실책이 실책을 부르면서 무실점 호투가 5실점 붕괴로 변질됐다. 손에 피를 흘리면서도 투구한 투혼의 빛이 바랬다.
콜은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월드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108구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5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다. 직구(41개)와 너클 커브(18개), 커터(15개), 슬라이더(12개), 체인지업(17개), 싱커(5개) 등을 섞어 다저스 타선을 요리했고, 직구 최고 구속은 99.5마일(약 160㎞)까지 나왔다.
양키스는 콜의 호투가 절실했다. 양키스는 3차전까지 다저스에 3패로 밀리면서 4전 전패 위기론까지 나왔지만, 30일 열린 4차전에서 앤서니 볼피의 역전 만루포와 오스틴 웰스의 솔로포, 글레이버 토레스의 3점포 등 타선이 폭발하면서 11-4로 크게 이겼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양키스는 5차전 선발투수로 에이스 콜을 예고하며 아직 시리즈를 끝낼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콜은 지난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는 웃지 못했다.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는데,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양키스가 3-6으로 역전패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다저스 강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끝내기 만루 홈런을 날렸고, 다저스는 이때부터 3차전까지 상승세를 쭉 분위기를 타면서 양키스를 곤란하게 했다.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우익수)-프레디 프리먼(1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맥스 먼시(3루수)-엔리케 에르난데스(중견수)-토미 에드먼(유격수)-윌 스미스(포수)-개빈 럭스(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맞섰다.
콜은 초반부터 다저스 타선의 기세를 눌렀다. 1회초 오타니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베츠를 1루수 땅볼, 프리먼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1회말 곧장 양키스 타선이 폭발하면서 콜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1사 후 후안 소토가 볼넷으로 출루한 가운데 애런 저지가 우중월 투런포를 터트려 2-0 리드를 안겼다. 재즈 치좀 주니어까지 백투백 홈런을 날리면서 순식간에 3-0으로 도망갔고, 다저스 선발투수 잭 플래허티가 1⅓이닝 만에 강판되는 계기가 됐다. 2회말에는 선두타자 볼피가 2루타로 물꼬를 텄고, 1사 3루에서 알렉스 버두고가 우전 적시타로 4-0을 만들면서 플래허티를 끌어내렸다.
콜은 2회초에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먼시-엔리케 에르난데스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압도했다. 3회초에는 2사 후에 럭스를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오타니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무실점 완벽투를 이어 갔다.
3회말에는 스탠튼이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콜을 제대로 지원 사격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스탠튼은 우월 솔로포를 터트리면서 5-0으로 거리를 벌렸다. 3회까지 콜이 보여준 기세에 5점 리드면 다저스가 반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4회초 투구 뒤 변수가 생겼다. 콜은 선두타자 베츠를 볼넷으로 내보내긴 했지만, 프리먼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먼시를 연달아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쉽게 흐름을 끊었다. 그런데 콜이 투구하는 오른손에 흐르는 피를 유니폼 바지에 닦아낸 게 중계 화면에 잡혔다. 물집이 터졌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위력적인 투구가 어려울지도 몰랐다.
콜은 우려대로 5회초 시작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우전 안타로 내보냈다. 하필 가장 힘들 때 수비가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다음 타자 에드먼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나 싶었는데 중견수 저지가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지른 것. 콜은 흔들리지 않고 다시 다음 타자 스미스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유격수 볼피가 3루로 향하던 2루주자를 먼저 잡으려다 송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무사 만루가 됐다.
콜은 무사 만루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듯했다. 럭스에게 볼카운트 1-2에서 시속 99.4마일짜리 직구를 꽂아 넣어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첫 위기를 넘겼다. 이어 오타니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양키스 팬들을 흥분하게 했다. 볼카운트 1-2에서 오타니에게는 결정구로 너클 커브를 선택해 헛방망이를 끌어냈다.
그런데 콜은 2사 만루까지 잘 버텨놓고 와르르 무너졌다. 베츠에게 1루수 땅볼을 잘 유도했는데, 1루 베어스 커버를 1루수 리조와 콜이 서로 미뤘기 때문. 정석대로면 콜이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야 했으나 리조에게 직접 베이스를 밟으라고 손짓하며 미뤘고, 리조는 늦었다고 판단해 1루로 적극적으로 뛰지도 않았다. 결국 여기서 5-1로 쫓기기 시작했다.
무사 만루 무득점을 기록하고 상승세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 실점하자 콜은 와르르 무너졌다. 프리먼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얻으맞으면서 5-3까지 쫓겼다. 이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중월 2타점 적시 2루타를 한번 더 허용하면서 5-5가 됐다.
콜은 계속된 2사 2루 위기에서 먼시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계속해서 흔들렸다. 양키스는 콜을 믿었던 나머지 불펜 준비가 늦었고, 콜은 계속해서 던져야 했다. 콜은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어렵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콜은 5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나 싶었지만, 6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에드먼을 좌익수 뜬공, 스미스를 헛스윙 삼진, 럭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양키스 타선은 6회말 스탠튼의 희생플라이로 6-5로 리드를 잡으면서 콜의 분투에 응답했다.
콜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7회초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오타니-베츠-프리먼으로 이어지는 MVP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콜은 오타니와 베츠를 공 5개로 연달아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2사 후 프리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로는 더는 마운드에 버틸 수 없었다. 콜은 클레이 홈스에게 공을 넘긴 뒤 양키스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홈스는 후속타를 허용하지 않고 콜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콜은 양키스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약4466억원)로 당시 FA 투수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올해까지 5년째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월드시리즈 무대에서는 에이스의 진가를 보여주며 낭만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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