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급정거로 넘어져 장애, 2억 달라”...4년 만에 나온 1심서 반전 판결이

버스가 정거할 때 중심을 잃고 쓰러진 뒤 머리를 부여 잡는 승객 A씨. [사진 출처 = 한문철 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버스에서 넘어진 승객이 장애가 생겼다며 버스공제조합 측에 2억원 이상의 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4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은 버스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버스에서 넘어진 승객이 2억원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버스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31일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2020년 7월 경남 창원시에서 승객 A씨는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은 뒤 버스 창문에 기대어 섰다.

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당시 A 씨는 왼손에 휴대전화를, 오른손에 교통카드를 든 채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이후 버스는 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감속했고, 이때 A 씨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는 멀리 날아갔다. A 씨는 머리를 부딪힌 듯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A 씨 측은 “버스 기사가 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급감속 및 급차선 변경하다가 넘어져 상해를 입게 됐다”며 “이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아 맥브라이드 장해평가법 기준 15.5%의 노동능력상실의 장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원 기간 수입 상실액 약 235만원, 65세까지 얻을 수 있던 수입 상실액 약 8500만원, 향후 치료비 약 1억9500만원, 위자료 등을 더한 값의 80%인 총 2억5000만원가량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는 A 씨 본인의 과실을 20%로 산정한 결과다.

사건이 발생한 후 약 4년이 지난 올해 7월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버스조합 측이 물어줄 돈은 없다면서 오히려 A 씨가 받았던 치료비 1100여만원을 조합 측에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버스 내 감속으로 다른 승객들의 별다른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 상황에서 A 씨가 양손 모두 손잡이를 잡지 않고 있다가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까지 버스 운전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넘어진 이유가 버스 기사의 급차선 변경이나 급감속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 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A 씨는 치료비도 토해내야 하고, 항소심에서도 지면 소송비용도 더 늘어난다”며 “버스에 탔을 때는 꼭 뭔가를 잡으시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