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사람 속 공간 한가운데로… AI 전도사 되는 젊은이들
알고리즘랩스, AI 캔버스로 업무 혁신 이뤄
생성형 AI 교육 확대·하마수학 도서관 출시
메이아이 '매쉬' 내세워 오프라인 방문자 분석
각국 규제·문화 차이 대응해 글로벌 시장 공략
AI 파도에 올라탄 SW 창업자들
"누구나 AI를 사용하는 시대가 온다."
AI가 이렇게 혁신적으로 기술 문명을 뒤흔들 것이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될까.
2017년 알고리즘랩스를 창업한 손진호 대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전 세계가 AI에 열광하던 그 시기 AI의 가치와 중요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확신했다. 학창시절 정보 올림피아드 대회를 준비하며 뛰어난 코딩 실력을 갖춘 손 대표는 자신의 특기를 실려 SW(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 입시에 성공했다. 이후 대학에서 지도 교수의 회사 AI연구원으로 경험을 쌓아가던 그는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에서도 여러 AI과제를 수행하며 AI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손 대표는 "AI가 점점 이용하기 쉬워지고, 성능은 높아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AI를 누구나 잘 사용하는 시대는 분명히 온다'는 생각을 했고, 그 때 가장 필요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가 수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에 손과 다리를 만들어 실효성 극대화
손 대표가 만든 알고리즘랩스는 AI·DX 전문기업이다. 지난 5년간 2만명의 임직원 AI 교육과 1만5000건 수준의 AI 현업적용 과제발굴 및 실행을 수행한 명실공히 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다.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부터 생성형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전반의 영역까지 폭 넓은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부터 최우수 AI공급기관으로 선정됐고, 이듬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아기유니콘 200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누적 투자금액 10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 6월 기준 472개 기업에 AI·디지털 전환(DX)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손 대표는 "최근 굉장히 다양한 AI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어떤 AI가 있는지 모르고 기존 방식대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AI를 식재료에 비유한다면, 알고리즘랩스의 AI 캔버스(Canvas)는 모든 식재료를 담고, 원하는 목적에 맞게 요리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그릇이다. AI 캔버스라는 단 하나의 플랫폼에서 방대한 AI 생태계를 쉽게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랩스가 개발한 AI 캔버스는 코딩을 최소화하고, 업무에 바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데이터 분석, 생성형 AI 활용, RAG 개발, 웹 기반 앱 제작에 특화돼 있다. 손 대표는 "다양한 AI를 융합할 수 있는 하나의 AI 운동장이라 보면 된다. 최근 생성형 AI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실제 업무사용 사례는 많지 않다"며 "로봇으로 치면, 머리는 있는데 손과 발이 없어 생산적인 업무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보면 된다. AI 캔버스를 사용하면 전문지식 없이도 생성형 AI의 팔과 다리를 쉽게 구성해 실질적인 업무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기업 홍보담당자는 실시간으로 기업 또는 관련 산업분야 뉴스기사를 모니터링하고 정보분석을 해야 하는데, AI 캔버스를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인터넷 뉴스기사를 자동으로 수집·분석·저장할 수 있다.
손 대표는 AI 캔버스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교육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AI 캔버스를 활용해 다양한 AI 기술을 쉽게 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이 플랫폼을 더욱 발전시켜, 누구나 쉽게 AI를 활용해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AI 기술의 민주화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아울러 "개인과 기업들이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고리즘랩스는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과학적인 과외 학습인 시스템과외를 도입한 하마수학 도서관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사고력이 아닌 수학 문해력을 길러주는 학습 방법을 지향한다. 손 대표는 "하마수학도서관으로 AI 시대의 근본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절차적 사고력은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는 더 많은 학생들이 AI의 기반이 되는 절차적 사고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정보산업연합회과 주관하는 SW마에스트로(SOMA)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창업 지원을 받고, 창업자 간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손 대표는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창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활동 중 하나"라며 "SOMA는 창업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발굴하고, 끊임없이 조력해주는 스타트업의 귀인과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메이아이 "AI와 데이터로 오프라인 공간 효율성 높인다"
메이아이(mAy-I)는 AI 기반 오프라인 방문자 분석 솔루션 '매쉬(mAsh)'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 중인 스타트업이다. 매쉬는 CCTV 영상 분석으로 방문객의 성별, 연령대, 주요 동선 동선까지 파악한다. 또 방문객과 상품 또는 직원 간의 쌍방향 소통, 매장 내 구역 간 연관 관계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박준혁 메이아이 대표는 "매장 분석 결과를 활용하면 특정 구역에 방문객이 적을 경우 콘텐츠를 바꾸거나 동선을 조정하며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의 계수기나 와이파이 기반 솔루션과 달리 AI는 더욱 정교한 데이터를 제공해 공간 이용객의 불편과 불만요소를 해결한다"며 "오프라인 공간이 데이터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멀티미디어 컴퓨팅과 머신러닝을 전공하던 박 대표는 SOMA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의 가능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SOMA 8기 수료생이다.
박 대표는 "창업은 고등학교 졸업 후 평생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며 "SOMA에서 영상 처리 인공지능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SOMA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달았고, 이 경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메이아이를 이끌면서 지난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는 "AI을 연구하는 회사는 많지만, 저희는 기술을 통해 실제 문제를 풀어내며 비즈니스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한다"며 "큰 기업들이 저희 기술을 이용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아이는 이제 국내를 넘어서 유럽, 일본,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좋은 제품과 기술을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제품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국내 주요 클라이언트들과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해외 거점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 맞춤형 접근으로 각국의 규제와 문화적 차이에 대응해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모든 오프라인 공간을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각 시장에서 고객의 특성과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아이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아이는 리테일,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오프라인 분야에 AI 기반 솔루션을 적용해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통해 매장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이 가능해진다면, 방문객의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매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매장 운영뿐만 아니라 이용자 경험을 정량화해 더욱 풍부한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까지 않았다. 그는 "창업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들이 많기에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갖고 있어야 견딜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미경·유진아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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