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공천 지시→임기 중 실행’…박근혜는 공모만으로도 유죄 [영상]

김남일 기자 2024. 10. 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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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공소시효·판례
명태균 윤석열 김영선.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9일 김영선 전 의원 보궐 선거 공천을 두고 직접 공천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육성 녹음이 공개됐다. 통화 녹음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자 신분 때 공천 개입이 이뤄졌고, 대통령 임기 중 실행(공천 확정)됐다. 당선자 신분의 법적 지위,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공소시효 등을 관련 법령과 헌법재판소·법원 판례로 따져봤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과 공천·국정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 대화에서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도움을 많이 줬기 때문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김 전 의원을 공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윤 대통령 발언이 있은 다음날인 5월10일 김 전 의원을 아무런 연고가 없는 경남 창원의창 보궐 선거 공천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통화가 이뤄진 날짜가 2022년 5월9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다. ‘대통령 당선자’의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서 예우와 권한을 규정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를 위하여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고 돼 있으며, 그 권한으로 임기 시작 전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 권한을 갖는다. 국무위원 지명 권한, 임기 5년 국정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설치 등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와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다만 당선자는 아직 선출직 공무원 신분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공천이 확정된 것은 대통령 임기 시작 첫날인 5월10일이다.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인 서영교 의원은 “(공천 지시) 행위가 영향을 미친 공천 발표가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했다. 공천 지시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 때 이뤄졌지만, 실제 실행(공천 확정)된 것은 현직 대통령 신분 때라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공천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정당 민주주의를 해치는 공천 개입은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돼 왔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기준 6개월이다. 그러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때는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청와대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범죄를 범하는 경우 일반인에 비해 선거의 공정과 자유를 크게 저해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크다. 이 같은 범죄는 공권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되어 단기간에 밝혀지기 어려울 수도 있어 단기 공소시효에 의할 경우 처벌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공소시효 10년’ 조항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당원 신분으로 공천과 관련해 공천관리위원회에 ‘개인 의견’을 밝혔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박근혜씨가 대통령 시절 공천 개입을 승인·공모했다는 혐의만으로도 기소한 바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계 의원 등이 공천을 받도록 지시, 친박 리스트와 공천 규칙 관련 대응자료 등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 친박 후보 출마 지역구 선정 등에 관여, 비박 컷오프와 친박 단수공천 등 지시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이 사건 재판에서 법원은 대통령이 공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영향을 끼친 것만으로도 유죄를 선고했다.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윤 대통령 육성이 공개된 뒤 “당의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선 자신의 정치적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엄호했다.

이에 대한 판단 준거가 될 수 있는 법원 판례도 윤 대통령이 기소했던 박근혜씨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법원은 선거운동 기획행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이 사건에서 대통령의 ‘단순한 의견 개진’과 ‘능동적 의견 개진’을 구분했다.

법원은 “대통령도 당원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는 통상적 정당 활동의 하나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박 후보 배제와 친박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계획적·능동적으로 실행한 것이어서 정당원으로서 할 수 있는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공천 개입은 헌법과 공직선거법 등이 규정하는 정치적 중립 등 대통령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 박근혜 국회 탄핵소추 시점에는 공천 개입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공천 개입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2018년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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