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합의 또 파행…결국 ‘10월’ 넘겼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배달 수수료 인하 등을 둘러싸고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주들이 7시간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수수료 인하 폭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9차 회의는 '불발'로 종료됐고, 결국 정부가 공언한 합의안 도출 기간을 넘기게 됐다.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의체)는 11월 초 다시 한번 회의를 열고 절충에 나선다. 현재 양측의 의견이 팽팽해 10차 회의에서도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점업체, "최대 5%" 주장…입장 차 못 좁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30일 진행된 9차 회의에서도 수수료안에 대한 결론을 맺지 못했다. 마지막이었던 8차 회의를 연장해 열린 9차 회의였지만 일부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았을 뿐, 가장 첨예했던 쟁점인 수수료 인하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가맹점주협의회,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등 입점단체는 배달 수수료율을 최고 5% 내에서 당사자 간 협의해 결정하는 단일안을 제시했다. '최종 수수료율 5%'라는 강력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은 해당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입점업체의 단일안은 그동안 배달 플랫폼이 제시해 온 상생안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는 입점업체들로부터 중개 수수료 9.8%를 받고 있다. 배민 측은 매출액 하위 20% 업체에겐 수수료 2%, 하위 20~40% 업체들에는 차등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상생안을 제시했지만, 하위 20~40% 업체들이 자체적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만 그에 맞춰 수수료율 인하 폭을 달리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반발에 부딪혔다.
쿠팡이츠는 수수료를 5%로 일괄 인하하는 대신 배달기사 지급비를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입점업체들은 수수료가 낮아지더라도 배달비가 높아지면 전체적인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사실상 무의미한 상생안"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11월로 넘어간 공…입법 추진 가능성도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합의는 실패했지만, '최혜대우 요구' 중단 등 부수적 조건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판매 가격을 다른 앱과 동일하거나 낮게 책정하게 하는 최혜대우 요구는 배달 플랫폼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업계 1위인 배민은 21일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최혜대우 요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최혜대우 요구는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고, 부득이하게 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회의에서는 배달 플랫폼이 입점업체에게 최혜대우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하고, 배달 영수증 내역서에 수수료와 배달 비용 등을 표기하기로 했다. 입점업체에 대한 배달기사 위치 정보 제공과 관련해서는 소비자 주소 노출 우려와 배달기사 단체의 반대 의견을 고려했다. 배달기사가 주문을 수락한 후 픽업할 때까지 구간에 한정해, 약관 변경 및 배달기사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이번 회의는 협의체가 발족할 당시, 마감시한으로 정했던 10월의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었다. 결국 시한을 넘겨 오는 11월4일 한 차례 더 회의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추가 회의에서도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표결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등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달 말까지 상생안을 도출할 것을 약속하면서,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법 등 추가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외에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해 규제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 등은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선을 주문 가격의 15% 이하로 제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대응했다. 다만 배달 플랫폼들은 정부의 수수료 제한이 자유로운 협상 계약을 방해해 위헌적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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