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 자연의 새로운 공존을 노래하다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10. 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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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수조 위로 오래된 컴퓨터와 전자 피아노, 실리콘 손이 매달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 손을 본따 만든 실리콘 손이 진자운동을 하듯 전자 피아노 쪽으로 갔다 돌아오길 반복하고, 이때마다 환한 불빛이 들어오며 피아노가 연주됐다.

하지만 그 장면은 피아노가 무작위적으로 발산하는 빛과 수조의 물결에 의해 끊임없이 해체됐고,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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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NJP 커미션’
설치·영상·조각 등 6점 펼쳐
앤 덕희 조던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한다’(2024). 백남준아트센터
커다란 수조 위로 오래된 컴퓨터와 전자 피아노, 실리콘 손이 매달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 손을 본따 만든 실리콘 손이 진자운동을 하듯 전자 피아노 쪽으로 갔다 돌아오길 반복하고, 이때마다 환한 불빛이 들어오며 피아노가 연주됐다. 이 같은 사물들의 동작은 수조에 담긴 물의 표면에 비쳤다. 하지만 그 장면은 피아노가 무작위적으로 발산하는 빛과 수조의 물결에 의해 끊임없이 해체됐고,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영됐다.

이처럼 라이다(LiDAR) 센서 등을 활용한 앤 덕희 조던의 설치 작품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한다’(2024)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관객)의 참여와 기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한다. ‘미디어 아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백남준(1932~2006)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백남준아트센터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동시대 현대미술 기획전 ‘NJP 커미션’을 통해 제작됐다. 작가는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인공지능(AI)’처럼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떠나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대한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앤 덕희 조던, 에글레 부드비티테, 우메다 테츠야, 최찬숙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한 NJP 커미션 기획전 ‘숨결 노래’가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오는 12월 1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와 영상, 조각, 퍼포먼스 등 6점의 대형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숨결 노래’는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형태의 노래를 통해 동시대의 살아있는 사회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다. 각 작품은 인간중심주의로 망가진 지금을 돌아보면서 주변 사물들과의 연대를 표현한다.

최찬숙의 다채널 영상 설치 연작 ‘더 텀블’(2024)과 ‘더 텀블 올 댓 폴’(2024). 송경은 기자
리투아니아 출신 작가 에글레 부드비티테는 11월 8일과 9일 오전 11시 백남준아트센터 야외 뒷마당에서 진행하는 퍼포먼스 워크숍 ‘실려서 가고, 뒤에서 끌려가는’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공생의 존재임을 노래한다. 트램펄린 위에서 생명과 순환을 상징하는 흙과 퇴비, 땅을 표현하는 그의 퍼포먼스 ‘송 싱 소일’(2023)은 11월 8일부터 16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에 펼쳐진다. 최찬숙은 미국 애리조나 지역을 횡단하며 만난 이라크 참전 용사와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 아파치 부족의 연대를 다룬 다채널 영상 설치 연작 ‘더 텀블’(2024)과 ‘더 텀블 올 댓 폴’(2024)를 내놨다.

일본 작가 우메다 테츠야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는 미술관 투어 퍼포먼스 ‘물에 관한 산책’(2024)을 선보인다. 작가는 경직된 전시장 대신 미술관 곳곳의 틈새 공간에 작품을 배치했다. 관객이 작품을 발견함과 동시에 미술관 내 공간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백스테이지는 이번 퍼포먼스 작품을 통해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20분 간격으로 최대 9명씩 도슨트와 함께 미술관을 탐험하는 이번 투어 퍼포먼스에서는 백남준의 ‘7V 정원’ ‘TV 물고기’ 등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도 색다르게 만나볼 수 있다.

한편 NJP 커미션은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중견 작가들의 신작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한층 더 심화된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자 백남준아트센터가 기획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다. 이상아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는 “미술관의 방향성과 수행성을 보여주는 전시를 만들고자 기획했다”며 “미술관 외부 큐레이터들과 협업해 좋은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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