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하정우의 아주 특별한 초대장"

2024. 10. 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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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정승조 아나운서 ■

하정우, 그가 찾아왔습니다.

회화 작품을 들고서 말입니다.

스크린이 아니어서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까요?

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작가로 활동해 왔습니다.

일상적인 사물이나 인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오며, 2010년엔 첫 개인전을 열었고요.

이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선보여 왔는데요.

올해는 총 35점의 회화 작품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모두 2024년 제작한 신작입니다.

'그림은 내면의 자신과의 만남을 가능케 한다'는 작가 하정우.

전시를 찾는 관객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하고 있는데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하정우 개인전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를 기획한 학고재의 '우정우 학예연구사'를 만났습니다.

▮ 오래전이긴 합니다만, 당시 하정우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을 텐데요.

당시 그가 20대 때였습니다.

배우로서 가지게 되는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화방에서 미술도구를 구입해서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민을 정리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시간이 쌓여서 2010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요.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개인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개인전의 제목은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입니다. 영화 '대부'에서 착안한 것이라고요.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전시 전경

그렇습니다.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는 영화 '대부'의 대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전시 서문을 작성한 이진명 미술비평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식구 말고 누구한테도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지 말라'는 의미로 이는 곧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와의 만남을 원하는 마음'을 반영한다고요. 특히 예술, 그러니까 그림의 세계가 나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강조했는데요.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 수단을 넘어 작가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감정과 진실을 끌어내는 통로가 되는 겁니다.

하정우의 작업 역시 이러한 창조적인 열망과 마음 속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시작되는데요.

그의 작품은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감정과 경험을 자유로운 형태로 드러냅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하고요. 관객에게도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합니다. 그의 작품은 예술적 표현을 통해 감정의 교류를 이루고자 하며, 개인적이고도 깊이 있는 내면의 세계로 초대하는 거지요.

▮ 전시에서 소개하는 신작은 어떤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나요?

하정우, 무제 Untitled, 2024, 캔버스에 혼합 재료 Mixed media on canvas, 162.2x130.3cm

전시에서는 총 35점의 작품을 관람하실 수 있는데요.

크게는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전통 탈에서 영감을 받은 시리즈와 페르시안 카펫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그리고 영화 촬영을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겪은 경험을 녹여낸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를 위해 하정우 작가와 만나면서 한국적인 색채가 작품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고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탈과 아프리카의 탈에서 영향을 받은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또 기존에 그려왔던 정물화의 도상 속에 한국적인 색채를 녹여낸 문양을 넣었고요. 이는 관람객들에게 작품 속 문양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받았을까 궁금해집니다.

하정우 작가는 기존에는 작가의 주변인,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아 색채에 집중해 작업했습니다. 이번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로코에 5개월간 체류하며 영화 '비공식 작전'을 촬영했고요. 그 과정에서 모로코의 건축과 생활에서 보이는 여러 양식이 작품에 녹아 들어간 것이 특징인데요. 또 한국적인 색채를 녹여내기 위해 한국의 탈이나 전통문화재의 도상을 공부하고 작품에 녹여냈다고 전해집니다.

▮ 배우 하정우가 아닌 작가 하정우로서 인상 깊었던 점이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전시 전경

제 기억 속의 하정우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전시를 위해 만난 하정우는 사람으로서 매력이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에서 팬들의 사진 요청이나 사인 부탁에도 '그럼요'라고 말하며 응해주었고요. 그로 인해 기뻐하는 관람객들의 미소가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이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며 작업하는 모습, 완성된 작품을 저에게 사진으로 보내주면서 '작품이 어떤가요?'라고 물어보는 모습에서 그의 신중함과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자식으로 비유하는 표현도 인상이 깊었고요.

▮ 개인전을 위해 특별하게 신경을 쓴 점은 무엇입니까?

관객들이 배우 하정우가 아닌 작가 하정우 또는 인간 하정우로서 그의 작품을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작가들은 전문 미술교육을 받아 작품 작업을 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예술을 하는 분들이 하나의 장르에서만 재능을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우와 연출, 미술을 넘나들며 2010년 개인전 이후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하정우. 그의 개인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인간 하정우의 노력과 매력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전시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 전시장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첫 작품인 '무제(2024)'는 어떤 의미가 담긴 작품인가요?

하정우, 무제 Untitled, 2024, 캔버스에 혼합 재료 Mixed media on canvas, 193.9x259.1cm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중 가장 큽니다. 193.9x259.1cm인데요. 하정우 작가가 작업을 시작하고 그린 가장 큰 작품이고요. 이번 전시 출품작 중에 가장 마지막에 그려진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하정우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며 그려낸 작품에서 나온 문양을 재해석해 배치한 작품인데요. 오렌지, 초록, 파란색이 눈에 띄는 작품이고요. 여러 문양과 색채의 조화를 고민한 점이 잘 드러난 신작입니다.

▮ 내 마음속 원픽 작품이 있을 텐데요. 어떤 전시작인가요.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전시 전경

일반인인 제가 생각하기에도 배우로서 연기를 마친 후, 그 역에서 바로 빠져나온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정우 작가는 20년이 넘게 연기를 하며 다양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갖는 특수성을 녹여 낼 수 있는 '탈 시리즈'를 더욱 눈여겨 봤는데요. 작가와 배우, 연출가라는 여러 역할을 해야하는 하정우라는 사람의 심리가 탈 시리즈를 통해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K 컬쳐가 주목받는 시기. 엔터테인먼트와 아트를 아우르는 종합 예술인으로 나아가고 있는 작가 하정우입니다. 아트홀릭 독자들도 이번 전시를 통해 힐링과 위로를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하정우, 무제 Untitled, 2024, 캔버스에 혼합 재료 Mixed media on canvas, 90.9x72.7cm

■ 작가 소개

하정우는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으며, 표갤러리(2021, 2022), 가나아트 부산(2021), 호림아트센터(2016), 월터 위키저 갤러리(2013)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두 화가'(2022, 313 아트프로젝트 서울), '공존과 조응: Coexist for Dialogue'(2020, 표갤러리, 서울) 등이 있다.

(사진 제공: 학고재)

■ 하정우 개인전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 장소: 학고재 본관 (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관)

- 일정: 10월 16일~11월 16일

- 관람료: 무료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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