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천 개입 스모킹건’ 나왔다? 이재명·조국 ‘탄핵열차’ 시동거나
박찬대 “尹 정권 ‘국정농단’만 가득…강력한 심판만 남아”
혁신당은 ‘탄핵소추안 초안 작성’ 시작…“탄핵 어려워” 신중론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정치 구호일까, 다가올 미래일까. 거야(巨野)의 두 축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탄핵열차'의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혁신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 작성을 시작한 가운데, 그간 탄핵 대신 '김건희 특검법'에 무게를 싣던 민주당의 태도도 바뀌었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 얘기하는 통화 녹취를 민주당이 입수해 공개하면서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이를 국정농단의 '스모킹건'(결정적 물증)이라고 규정, 야권 차원의 대통령 탄핵소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 해주라고 했다"…민주, 尹-명태균 통화 공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한 통화녹음본을 공개했다. 해당 통화는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기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민주당 측은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재보선에서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돼 당선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를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태균 사태 이후 이어진 믿기 어렵던 주장과 정확히 사실로 밝혀졌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 후 지인에게 이를 전하는 듯한 음성 녹취도 같이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당 녹취에 대해 "윤 대통령의 불법이 김건희 여사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육성이 녹음되던 그 통화 때 김건희 여사가 옆에 있었다고 명씨가 발언하는 내용도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했다. 이어 "명씨는 분명하게 윤 대통령을 '장님무사'라 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오빠라고 칭한다고 명씨 스스로 녹취에서 확인했다"고도 말했다.
공개된 추가 녹취는 약 45초 분량이다. 녹취에서 명씨는 "지 마누라 옆에서 '오빠 명선생이 그거 처리 안했어? 명선생이 아침에 이래 놀래서 전화오게끔 만든 게 이게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라며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보고 얘기하는 거야.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안 한 거야. 마누라 옆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끊자마자 마누라한테 전화 왔어. 선생님, 윤상현한테 전화했습니다. 취임식 오십쇼"라고 부연한다. 여기서 '마누라'는 김 여사, '오빠'는 윤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재보선 공관위원장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녹취대로라면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그보다 앞서 대선과 함께 치러진 2022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뒷거래가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녹취에서 명씨는 김 전 의원 외에 김진태 강원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김 여사의 선물'이라 하고 3월 서초 보궐 조은희 의원 당선도 '자신 덕분'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에 국정은 없었다. 온통 국정농단만 가득했다"며 "이제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고, 무엇으로도 멈출 수 없습니다. 강력한 심판만이 남았다. 민주당은 담담하게, 당당하게, 담대하게, 국민과 함께 이 난관을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탄핵소추안 작성' 시작…野 일각 '신중론'도
혁신당은 일찌감치 탄핵소추안 작성에 돌입한 상태다. 혁신당은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한 뒤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빠르면 차주에도 공개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황운하 원내대표도 다음달 9일 전후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12석을 보유한 혁신당이 실제 탄핵소추에 나서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인 150명 이상이 발의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집중하며 탄핵과 거리를 둬왔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혁신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계획과 관련해 "민주당은 지금 탄핵과 관련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탄핵은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논란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야권 차원의 '탄핵소추안 작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야 3당은 모두 헌법 위반을 탄핵소추의 주요 사유로 적시했다.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 원리 부정(헌법 1조 1항), 직업공무원제도의 파괴(제7조 2항), 민주주의 원리 및 민주공화국 가치 파괴(헌법 24조와 67조) 등이다. '국정 농단을 허용, 조장, 방치해 국가 권력을 사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탄핵소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야권이 연대할 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 소추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즉,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대거 나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의견도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탄핵 민심'이 크게 움직일 때까지 민주당은 '정부 규탄 장외 집회' 등을 통해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탄핵을 하려면 윤 대통령 탓에 공천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명확한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공개된 녹취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무엇보다 한동훈 대표가 용산의 퇴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녹취를 고리로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더 세게 압박할 것이다. 탄핵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자진 퇴진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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