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원하는 대로 이뤄진다' 문체부 "개인 스폰서 허용, 국제 대회도 자유롭게"
파리올림픽에서 이른바 작심 발언을 터뜨린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삼성생명)의 요구가 관철될 전망이다. 개인 후원을 받을 수 있고, 국가대표가 아니어도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 점검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문체부는 지난 8월 5일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안세영이 인터뷰에서 협회와 대표팀의 운영을 비판한 이후 일주일 뒤 조사단을 꾸려 이날 최종 결과를 냈다. 이날 브리핑은 조사단장인 문체부 이정우 체육국장이 맡았다.
일단 문체부는 선수의 국제 대회 출전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 협회는 국가대표에 한해 국제 대회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국가대표 활동 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나이(남 28세, 여 27세) 이상이면 태극 마크를 달지 않아도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있다.
문체부는 "선수가 자비(소속팀 지원 포함)로 해외 리그, 해외 초청 경기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제한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올림픽, 아시안게임 44개 종목은 이러한 제한이 없는데 배드민턴만 유일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체부는 "국제 대회 출전 제한은 기존의 '직업 행사 자유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국가대표가 자비로 국제 대회를 경험하고 경기력을 강화할 기회조차 금지하고 있다"면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선수가 '세계 랭킹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짚었다. 이어 "문체부가 지난달 시정 권고를 했음에도 협회가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시정을 명령한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이 이후 인터뷰에서 제기한 개인 후원이 허용된다. 문체부는 "후원 계약 관련 선수의 권리를 강화하고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 신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협회와 후원사 간 협의가 미온적이거나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 직접 조정할 방침"이라면서 "협회는 기존 후원사 계약이 종료되는 2025년 3월 이후 선수의 권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체부는 계약 종료 전에도 선수가 원하는 경우에는 규정대로 조치하라고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안세영은 불편함을 느꼈던 기존 후원사 운동화 대신 다른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협회는 이에 한시적으로 용품 사용 권리를 풀어줬지만 안세영은 기존 후원사 운동화를 신고 최근 국제 대회를 치렀다.
협회와 현재 요넥스의 후원 계약에 따라 지원액이 줄어들 경우에는 문체부가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내년 정부 예산에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전략적으로 육성할 종목들, 메달 박스 종목들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50억 원의 전략 지원을 새로 배정했다"면서 "요넥스와 계약 관계에 따라 협회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협회 운영을 시정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이 국장은 "협회가 현재 요넥스로부터 30억 원 현금을 받고 있는데 국가대표 지원에는 17억 원, 나머지 13억 원은 협회 운영에 쓰이고 있다"면서 "협회가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점을 보완하면) 스폰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협회는 국가대표 새벽 운동 폐지, 선수가 원할 경우 개인 트레이너 허용, 외출과 외박 제한 철폐 등의 조치도 내놨다. 보조금 환수는 물론 공직 유관 단체 신청을 통한 직접 감사(내년 상반기) 등으로 협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협회 김택규 회장의 폭언 및 욕설에 대해서 문체부는 28일 근로기준법에 따라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에 대한 해임도 요구했는데 이 국장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한체육회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래도 되지 않으면 관리 단체 지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협회 임원이 받은 성공 보수에 대해서는 반납을 명령한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 직원뿐만 아니라 스포츠과학원 연구진,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회계 법인과 노무 법인 관계자가 참여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총 51명 중 안세영과 김학균 감독을 포함해 36명의 의견을 청취했다. 마케팅 전문가,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실업팀 관계자,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협회 관계자 등도 의견을 전했다. 김 회장의 대면 조사는 본인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체부는 "협회가 사무검사 결과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1개월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하면 된다"고 전했다. 또 "국가대표 관리 지원 강화, 보조금법 위반 및 직장 내 괴롭힘 등 다른 사항은 예산 반영, 대한체육회 협의 및 관계 법령에 따라 처리된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韓 배드민턴 회장 뿔났다 "문체부 해임 요구? 나도 인권위에 제소할 것"
- [단독]'안세영과 불화?' 현 대표팀 코치진, 올해까지 연장 계약 제시
- '韓 체육 대통령 선거 본격화' 이기흥 3선 도전, 유승민-강신욱 단일화가 관건
- "안세영·코치진 불화" 中 매체 보도, 사실이었나…韓 배드민턴협회장 폭로, 감독의 인정
- "(구)자욱아, 너무 미안해 하지 마" 사비 들여 동료들에 커피차까지
- '최초 대기록인데 채찍을?' 그 독기가 당구 女帝의 10승을 만들었다
- '호랑이 父子' 우승 DNA, 31년 만에 이어진 감동의 합성 사진
- '괴력의 헐크도 부모 앞에서는…' 결승 확률 80% 절정, 우승은 50% "체력 더 길러야죠"
- '7년 전 최형우처럼?' 나스타의 다짐 "FA 효과? KIA에서 꼭 우승하고 싶습니다"
- '2부 선수에 충격의 탈락' 韓 최초 세계선수권 우승자, 1회전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