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많은 ‘피정성 쏠림’… 필수의료는 태부족·고령화[창간 33주년 특집]

권도경 기자 2024. 10. 3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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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3주년 특집
윤 정부 ‘4+1 개혁’ 중간점검 - <1> 꽉 막힌 의료개혁
인구 1000명당 흉부외과의
0.02명 불과… 평균연령 53세
안과 등 연봉 90% 늘어날 때
소아과는 되레 15% 줄어들어
비급여 진료 규제 뜯어고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혁 시급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한 내원객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7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국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의정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의료개혁 지연으로 보상구조가 왜곡되면서 비급여항목이 많은 정형외과·성형외과·피부과 등에는 의사가 과도하게 쏠리고 필수의료과는 문을 닫는 형국이다. 의료 인력이 아닌 물적 자본에 집중투자한 상급종합병원은 경증·외래환자 중심으로 운영돼 의료의 질을 떨어뜨렸다. 인구구조가 악화된 탓에 10년 전 46.5세였던 전문의 평균연령이 올해 50대에 진입하면서 은퇴하는 의사는 늘었지만 신규 의사 배출은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상업화를 불러온 비급여 진료 규제와 수도권 쏠림 현상을 야기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의료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1000명당 흉부외과 전문의 0.02명, 평균 53세 =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인구 1000명당 외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각각 0.13명, 0.06명, 0.02명으로 조사됐다.

전문의 평균연령은 외과 53.2세, 신경외과 50.8세, 심장혈관흉부외과 53.3세 등 모두 50대다. 필수의료과 전문의 고령화는 지방일수록 심각하다. 외과 전문의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으로 58.1세였다.

인구 고령화로 의사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신규 의사 배출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필수의료 인프라는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정형외과 등 일부 진료과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진료가 늘면서 돈이 안 되는 필수의료과는 기피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의원급 정형외과는 2645곳이다. 2019년 2173곳과 비교하면 472곳 늘었다. 성형외과는 1183곳으로 2019년 1011곳보다 172곳 증가했고, 안과도 같은 기간 114곳 늘어난 1742곳이었다. 반면 필수의료과인 외과는 올 7월 1059곳으로 2019년(993곳)보다 66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저출생 문제까지 직면한 소아과는 2182곳으로 2019년 2228곳보다 46곳 감소했다.

◇비급여 규제와 경증·외래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 시급 = 정부는 27년 만의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보상 및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전제조건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자원이 비급여 진료과 위주로 기형적으로 쏠리는 것은 왜곡된 보상체계가 한몫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안과와 정형외과 전문의 연봉은 10년간(2010∼2020년) 90% 늘었지만 같은 기간 소아과 전문의 보수는 오히려 15% 감소했다.

정부는 소아과 전문의들을 위해 진료량이 아닌 소아진료라는 가치를 반영한 별도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증·필수의료 부문 저수가도 바로잡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생명과 직결된 중증수술·마취 등 1000여 개 수가를 인상할 계획이다.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와 2∼4인실 입원료 수가를 각각 현재보다 50%씩 가산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910개 수술(두경부암·소화기암·심장·뇌혈관 등) 수가와 관련 마취료도 50% 높인다는 계획이다.

의정갈등 속에서도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은 이달부터 본격화됐다.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맞게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병·의원과 협력해 진료하도록 구조 전환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 줄이는 동시에 중환자실·4인실 이하 병실 입원료 수가는 50% 높여 중증환자 치료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은 경증·외래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분원·병상 수를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진료비 규모는 늘었지만 의사 비중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지역·경증환자가 쏠리면서 상급종합병원 진료환자 수는 2014년 215만 명에서 2022년 838만 명으로 290% 급증했다. 하지만 의사 1인당 진료환자 수는 늘고, 진료시간은 감소하는 등 의료의 질은 더 하락했다는 평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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