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백종원의 '더본코리아'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10년 이상 된 브랜드 중 7개가 가맹점수 감소 추세
빽다방‧홍콩반점 등 특정브랜드 매출 의존도 높아
유통‧해외사업 실적 증명이 장기투자 관건일 듯
외식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지난 28일~29일까지 진행한 공모주 청약을 마무리했어요. 일반청약 경쟁률은 773:1을 기록했고,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사겠다고 증권사에 이체한 자금(청약 증거금)만 약 12조원이 몰렸어요.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다소 시들해진 것을 볼 때 더본코리아 청약은 유명 방송인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대표이사 효과를 나름 누린 셈인데요.
공모주식을 받은 투자자들은 더본코리아 주식을 계속 들고 가야할지 아니면 주가가 오를 때 차익을 얻고 빠져나와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던 상장사들이 상장폐지되거나 거래가 정지되고 그나마 살아남은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도 공모가 밑으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프랜차이즈 업종에 대한 미래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데요.
그렇다면 핵심은 더본코리아가 상장 후 과연 얼마나 미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본업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죠. 이를 보기 위해선 더본코리아 매출의 83%를 차지하는 가맹사업이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신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본업(프랜차이즈 사업)을 지키지 못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죠. 치킨만 파는 교촌 vs '다(多) 브랜드 전략'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상장사인 교촌에프앤비는 치킨만 파는 곳이죠. 물론 소스, 수제맥주 등 유통사업 및 해외진출 사업도 하고 있지만 어찌됐든 치킨이라는 단일품목으로 가맹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더본코리아는 총 25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교촌에프앤비처럼 치킨만 파는 것이 아니라 한식, 양식, 중식, 커피, 분식 등 다양한 업종에 많은 브랜드를 출시해 가맹사업을 한다는 점이 차이점인데요.
통계청은 외식업을 총 8개 업종으로 분류하는데 이 중 더본코리아 브랜드에 해당하는 업종은 7종이에요. 더본코리아는 다(多) 브랜드 전략으로 외식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른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고 안정적인 매출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지난 29일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백종원 대표도 "초기에 다(多) 브랜드 전략 때문에 욕도 먹었다"며 "저희가 처음부터 많은 브랜드 전략을 한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전략과 같고, 브랜드가 많다보니 연구개발(R&D)팀 인원도 많고 축적된 경험도 많다"고 강조했어요.
'다(多) 브랜드 전략'이 더본코리아가 다른 프랜차이즈 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요.원조쌈밥‧본가‧새마을식당 등 원조브랜드 폐점률↑
많은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여러 개의 브랜드가 대체로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어나가는 것이 핵심이겠죠.
문제는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브랜드 중 업력이 오래된 다수의 브랜드들이 가맹점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에요.
가맹사업을 개시한 지 10년 이상인 브랜드들은 총 10개인데요. 더본코리아의 가장 첫 브랜드는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으로 가맹사업을 개시한 연도는 1993년이에요. 무려 31년이 된 브랜드죠.
이후 더본코리아는 △본가(2002년) △홍콩반점(2004년) △새마을식당(2005년) △한신포차(2009년) △빽다방(2009년) △미정국수0410(2009년) △성성식당(2010년) △역전우동(2012년) △돌배기집(2014년) 등 다수의 브랜드를 내놨는데요.
총 10개 브랜드 중 가맹점수가 늘어나고 있는 곳은 △홍콩반점 △빽다방 △역전우동 3개에 불과해요. 2021년 대비 2024년 상반기 기준 빽다방은 가맹점 수가 64.2% 증가했고 같은 기간 홍콩반점은 가맹점수도 7.1% 늘었어요. 역전우동도 2021년 대비 가맹점수가 35.6% 늘었어요.
반면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본가 △새마을식당 등 7개 브랜드는 2021년 대비 2024년 상반기 기준 가맹점수가 줄어들고 있는데요. 2010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성성식당은 2021년까지 13곳의 가맹점이 있었지만 현재는 1곳밖에 남지 않은 상태예요.
더본코리아의 원조브랜드라 할 수 있는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은 2021년 23곳의 가맹점이 있었지만 현재는 13곳만 남았어요. 본가 역시 2021년 26곳의 가맹점이 있었지만 2024년 상반기 기준 17곳만 유지하고 있어요.
그 밖에 △새마을식당(112곳→93곳) △한신포차(135곳→111곳) △미정국수0410(32곳→18곳) △돌배기집(31곳→13곳)도 가맹점수가 줄고 있어요. 장사 안 돼서 폐업?…백종원 대표는 부인
가맹점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백종원 대표는 모든 가맹점이 장사가 안 돼서 폐점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는데요.
지난 29일 열렸던 IPO간담회에서 백 대표는 "장사가 안 돼서 폐점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들이 대물림을 안 하면 폐점하는 거고 권리금이 높아지면 폐점하게 되는 것"이라며 "브랜드들이 20년 이상을 이어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다만 20년이 된 홍콩반점은 오히려 가맹점이 늘고 있고 이는 빽다방도 마찬가지예요. 대물림이 이어지지 않고 권리금이 높아져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기엔 홍콩반점과 빽다방은 예외인거죠. 현재 더본코리아 브랜드 가운데 홍콩반점과 빽다방은 전체 회사 매출액의 절반(50.06%)을 차지하고 있어요.
다(多)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홍콩반점과 빽다방과 같은 특정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죠. 가맹점수가 증가한 역전우동도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하고 있어요. 따라서 10년 넘게 꾸준히 지속성을 유지하는 브랜드는 △홍콩반점 △빽다방 △역전우동 세 곳에 불과한 것이죠.
더본코리아 장기투자?…유통‧해외사업 주목해야
백종원 대표는 IPO간담회에서 국내 가맹점수를 대폭 늘리기보단 적정선을 유지하되 유통사업 및 해외진출사업, 지역개발사업에 힘을 쏟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현재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은 △가맹사업 83.8%(1771억원) △유통사업 13.7%(290억원) △호텔사업 1.96%(41억원) 순이에요. 해외 가맹사업 진출로 얻은 매출액은 1% 수준인데요.
백 대표는 소스류, 밀키트 개발 등으로 유통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해외마트 등에 판매하는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어요. 또 해외 각 지역에 자리 잡은 식품회사 등과 손 잡고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외진출 활로를 넓히겠다고 말했어요.
아울러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끌었던 예산시장 등 지역개발사업도 넓혀 안정적인 매출을 끌어오겠다고 강조했는데요.
다만 어디까지나 회사가 그리는 계획일 뿐, 아직까지 더본코리아를 유지하는 힘은 가맹사업에서 나온다는 점이죠. 오래된 브랜드의 폐점률이 높아지고 특정 브랜드에 매출을 의존하는 상황인 만큼 가맹사업부분에서의 더본코리아의 한계점도 분명 존재해요.
향후 얼마나 가맹사업을 성장세로 이끌지, 백 대표가 직접 강조한 신사업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가 더본코리아 주식 장기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여요.
*공모주 수요예측 및 청약 일정은 증권신고서 중요내용 정정으로 인한 효력 발생 연기 시 미뤄질 수 있어요.
*공시줍줍의 모든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일 뿐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 및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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