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의 '싹 자르기' 확인된 선거"…혁신당 재보궐 선거 평가
"우리 당 장단점 알게 돼 큰 의미"…내년 선거 절치부심
(서울=뉴스1) 한병찬 임윤지 기자 =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조국혁신당이 패배 원인을 분석한 내부 평가서를 만들고 내년 상반기 재보궐 선거를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에서는 '협력과 경쟁' 기조를 유지하되 앞으로 '강온양면'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30일 조국혁신당은 전날 오후 5시 국회에서 '10.16 재보궐 선거 평가 회의'를 열고 10·16 재보선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내년에 있을 재보궐 선거를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등 대부분의 혁신당 의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2시간 정도 진행된 회의에선 선거 결과를 두고 논쟁도 벌어졌다. A 의원이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자 B 의원이 반박하며 목소리가 높아졌고, 황 원내대표가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재보선에 대해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각자 재보선에 대한 의견을 얘기했다"며 "이어진 만찬 자리에선 추가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도 "다들 한마디씩 하긴 했는데 선거에 대한 소회를 얘기한 것"이라며 "조 대표는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 잘하자는 의미가 있었던 선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혁신당은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비례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전국 정당화를 목표로 했지만 민주당에 패하며 세력 확장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특히 '월세살이'를 하며 공을 들였던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진보당에도 밀려 득표율 3위를 기록해 야권 내 입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혁신당은 회의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고 평가했다. 제22대 국회 개원 후 정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가만히 죽을 것인가'와 '정면돌파를 할 것인가' 선택지에 내몰렸다는 판단이다.
성과에 대해서는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등 내년 재보선을 앞두고 선거 경험을 축적했다고 봤다. 그러나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의 협력과 경쟁 사이에서 소수당의 한계도 인식한 계기가 됐다. 한 참석자는 "설마하던 민주당의 '싹자르기' 전략이 확인된 것이란 내용도 있었다"며 "재보선을 계기로 우군이란 의식이 옅어졌다"고 말했다.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조직 구축도 성과로 꼽혔다. 실제로 혁신당이 지난 26일 진행한 첫 탄핵 집회에 곡성·영광 지지자들이 버스를 빌려 참석하기도 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혁신당이 애초에 얻으려 했던 지역의 조직을 만드는 성과가 있었다"며 "호남 지역의 경우 출마 예정자에게 혁신당이라는 선택지를 줬다"고 말했다.
한계점으로는 민주당에 대한 전략적 대응 실패가 꼽혔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격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할 '투사'가 없다며, 다음 선거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 맞대응할 투사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민주당과 같은 촘촘한 조직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자성과 지역 인재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정당은 선거가 있을 때 출마해야 존재감이 있는 것"이라며 "다음 선거에서는 일찍 후보자를 물색하고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한편 내년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지역은 서울 구로구청장과 충남 아산시장 등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회 등이다. 호남과 경남 등에서도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조 대표는 28일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재보선 이전에도 입지가 약했다, 새롭게 안 좋아진 게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번 재보선 통해서 우리 당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봄까지 시도당위원회, 지역위원회 등 조직을 정비하고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서 전국에서 30% 정도 (지지율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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