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익 4조 밑돌아…메모리는 7조 육박 추산(종합)
"파운드리 투자 규모 축소"…HBM3E 대량 공급 관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냈다.
PC와 모바일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재고 조정과 중국산 범용 D램 물량 확대로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진 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이 지연된 탓이다.
다만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폭 확대 등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은 시장의 예상보다는 선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선방' 메모리 영업익 7조 추산…"파운드리 투자 규모 축소"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천8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7.3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조2천932억원을 10.8% 하회했다.
매출은 79조9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35% 증가했다. 종전 분기 최대 매출인 2022년 1분기(77조7천800억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순이익은 10조1천9억원으로 72.84% 늘었다.
3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9조2천700억원, 영업이익 3조8천6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눈높이를 낮춰 DS 부문이 4조2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도 낮았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이 전사 영업이익과 시장 컨센서스의 차이보다 더 큰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실제 실적과 시장 컨센서스(10조4천억원)의 차이를 감안하면 1조2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의 이익은 최대 7조원에 육박하며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의 매출은 22조2천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AI와 서버용 수요에 대응해 HBM과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
시스템LSI는 매출 극대화와 재고 최소화 등으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일회성 비용 증가로 실적은 하락했다. 시스템온칩(SoC)은 플래그십 제품의 신규 고객사 확보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및 PC 수요 회복이 기대보다 부진한 가운데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다만 5나노 이하 첨단 노드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달성했고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프로세스 디자인 키트(PDK)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가 진행 중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4조9천900억원, 영업이익 3조3천7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은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신제품 출시로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플래그십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이 확대돼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이익률을 확보했다.
네트워크는 사업자 투자가 축소되고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은 네오(Neo 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형 TV 등 전략 제품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서비스 사업 매출을 확대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생활가전의 실적도 비스포크 AI 신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며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하만은 매출 3조5천300억원, 영업이익 3천600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3분기 시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3천억원 증가한 12조4천억원으로, 이중 반도체는 10조7천억원, 디스플레이는 1조원 수준이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전년 대비 약 3조6천억원 증가한 56조7천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 축소가 전망된다.
3분기 연구 개발비는 분기 최대인 8조8천7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도 메모리 양극화…HBM3E 대량 공급 관건
4분기에도 스마트폰과 PC 등의 재고 조정과 AI 반도체 수요 쏠림 등 메모리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트 사업의 약세로 성장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4곳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1.25% 증가한 10조7천693억원, 매출은 18.39% 증가한 80조2천42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실적 눈높이는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하향 조정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DS 부문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하고, DX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AI 전략 강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방침이다.
D램의 경우 HBM 판매를 지속 확대하고 서버용 DDR5는 1b 나노 전환 가속화를 통해 32Gb(기가비트) DDR5 기반 고용량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HBM3E 제품 대량 공급 여부가 실적 개선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경쟁사(SK하이닉스) 물량만으로 자사 소비량을 충족할 수 있었던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엔비디아)가 내년 수요를 대비해야 하는 4분기에 삼성전자 HBM3E 8단에 대한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6세대인 HBM4의 경우 내년 하반기에 개발 및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다.
낸드의 경우 8세대 V낸드 기반 PCIe 5.0 판매를 확대하고 고용량 QLC 양산 판매를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수주 확대 등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 폭 개선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응용처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2나노 GAA 양산성 확보 등을 통해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SoC의 경우 '엑시노스 2400'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2나노 양산 성공에 이어 메모리 사업부와 협력해 HBM 버퍼 다이 설루션을 개발, 신규 고객 확보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225조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반영하면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최대는 2022년 302조원이다. 반도체 부문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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