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김영선 해줘라”…다른 통화선 명태균 “지 마누라가 ‘오빠, 대통령 자격 있어?’ 그러는 거야”

손우성·박하얀·문광호 기자 2024. 10. 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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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윤 대통령 ‘김영선 공천 개입’ 정황 육성 공개
윤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당에서 말이 많네”
명태균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다음날 공천
대통령실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 반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언급하는 통화 음성 파일이 31일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에 김 전 의원을 공천하도록 당에 전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윤 대통령을 둘러싼 공천개입 의혹이 중대 변환점을 맞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2022년 5월9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에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의 통화 다음 날이자 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5월10일 김 전 의원의 해당 지역구 공천을 확정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육성 음성 파일을 통해 드러난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명씨가 윤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와 자신의 통화 내용을 제3자에게 전하는 음성 파일들이 공개돼 왔다. 윤 대통령이 직접 명씨와 통화하며 공천 문제를 언급한 음성 파일이 공개되면서 공천개입 의혹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통화 내용을 명씨가 약 한 달 뒤인 6월15일 미상의 지인이 듣는 앞에서 재생했고, 이를 해당 지인 또는 그 자리에 있던 제3자가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또 다른 명씨 대화 녹음엔 2022년 5월9일 윤 대통령과 명씨 통화 당시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옆에 있었다는 정황이 들어있다. 해당 대화는 그해 6월15일 이뤄졌으며, 명씨가 윤 대통령 통화 녹음을 재생한 뒤 그 자리에 있던 미상의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겨있다.

명씨는 “지 마누라(김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윤 대통령), 명 선생이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이래 놀라셔가지고 전화 오게끔 만드는 게 오빠(윤 대통령) 대통령으로서 자격 있는 거야?’ 그래서 (윤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김 여사)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어 “(윤 대통령이)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XX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마누라(김 여사)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며 “내가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하니까 ‘알았어 됐지?’ 지 마누라(김 여사)한테 그 말이야”라고 밝혔다. 그는 “그리고 바로 (전화) 끊자마자 마누라(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다”며 “‘선생님 윤상현이한테 전화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오십시오’ 이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자 헌정 질서를 흔드는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공천에 개입한 정도를 넘어서 사실상 지휘, 지시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추가 음성 파일 공개도 예고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추후에 녹취록을 공개하고 내용에 대한 설명도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당시)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면서 “(통화 내용은) 명씨가 김영선 후보의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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