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교수, ‘성추행 징계’에도 수업…대자보 붙인 학생도 고소

고나린 기자 2024. 10. 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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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여대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와 접착메모지가 나붙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수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수업을 하고, 자신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하자 피해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한 교내 시위가 열린 것이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ㄱ교수가 (정직이나 해임 등이 아닌) 감봉으로 처분을 받아 계속 강의를 할 수 있었다. 학생이 고소된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며 학교 차원에서도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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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사건
3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여대에서 `교내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4일 서울여대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와 접착메모지가 나붙었다. 술자리에서 제자들에게 지속적인 신체접촉을 하는 등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돼 징계까지 받고도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독어독문학과 ㄱ교수를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ㄱ교수는 지난해 3월 피해 학생의 신고로 교내 인권센터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9월엔 감봉 3개월 징계가 결정됐지만, 이후 무사히 학교로 돌아왔다. 가장 기본적인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처’도 없이 ㄱ교수는 전공필수 과목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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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는 가해자와 같은 과에 소속돼 학교를 다녀야 하는 피해 학생을 위해 인문대학 소속 학생들이 연대의 뜻을 모은 결과였다. 피해 학생은 지난 9월 서울여대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ㄱ교수님을 마주치지는 않을지, 제가 신고한 것을 아시게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혹여나 (ㄱ교수를) 마주칠까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항상 계단으로 다녔다”고 할 정도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학생 이가은(가명)씨도 피해 학생의 입장문을 보고 기꺼이 대자보를 붙였다. 같은 과 소속인 피해 학생에게 용기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한 동참이었다. 대자보를 붙인 유일한 독어독문학과 학생이었던 이씨는 지난 22일 경찰서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으니 조사 받으 출석해야 한다”고 했다. ㄱ교수가 지난 8일 이씨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고소장을 보면, ㄱ교수는 이씨가 쓴 대자보 내용 중 ‘지속적 성추행’과 ‘위계를 이용한 성폭력’이 허위이기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난생처음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고소까지 당한 지금의 상황이 무섭고 불안해 정신의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학교만 가면 교수를 마주칠까 봐 심박수가 170비피엠(bpm)까지 올라 심장내과 진료까지 예약해둔 상태예요.”

3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여대에서 `교내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ㄱ교수가 자기 과 학생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내는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수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수업을 하고, 자신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하자 피해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한 교내 시위가 열린 것이다. 지난 30일 낮,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캠퍼스에서 ‘서울여대에 성범죄자 교수 자리는 없다’는 손팻말을 든 학생 300여명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서울여대는 당신의 룸살롱이 아니다! 안전하게 학습할 학생 권리 보장하라!”

이날 발언에 나선 한 졸업생은 “학교가 피해자를 위했다면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일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억압받던 여성들을 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여대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가 강의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했다. 성범죄 피해 학생도 발언문 대독을 통해 “ㄱ교수가 받은 징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모든 절차가 완료돼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 사건이) 어떤 결과로 끝맺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용기를 내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ㄱ교수가 (정직이나 해임 등이 아닌) 감봉으로 처분을 받아 계속 강의를 할 수 있었다. 학생이 고소된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며 학교 차원에서도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ㄱ교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 문자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ㄱ교수는 응답하지 않았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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